[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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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살 된 아이의 목욕은 나의 몫이다. 아이는 목욕을 좋아하는 편인데 한 번씩 하기 싫다고 떼를 쓰며 억지를 부린다. 처음엔 아이가 갑자기 억지를 부리면 도대체가 말이 안 통하고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요령이 생겼다. 이른바 조삼모사 또는 이억치억(억지에는 억지로 대처한다) 전략인데 아이가 목욕하기 싫다고 억지를 부리면 태연한 표정으로 “그래 하지 마” 라고 말하며 아이의 옷을 벗긴다. 아이는 목욕 안 할 거라고 소리치고, 몸을 비틀며 저항하지만 “목욕하는 거 아니야, 샤워하는 거야” 라는 내 말에 순간 ‘이건 뭐지’ 하며 경계심을 푼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옷을 벗기고 욕조 안에 넣은 후 물을 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내 손에 순순히 몸을 맡긴다.

이제 샤워도 싫다고 하면 샤워하는 게 아니라 몸에 거품 묻히는 거라는 말에 아이는 또 넘어간다. 그럴 때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만(?)으로 아이를 속여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육아에 정답이 어디 있으랴.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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