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대중가요 독해영역➆] 타블로 <출처>

“한 잔의 커피 그 출처는 빈곤
종이비행기 혹은 연필을 쥐곤
꿈을 향해 뻗어야 할 작은 손에
커피향 땀이 차
Hand-drip
고맙다 꼬마 바리스타”
-타블로 <출처>

‘꼬마 바리스타’라는 표현. 누군가는 귀엽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바리스타가 부모님과 함께 하는 이벤트성 1일 체험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종이비행기 혹은 연필을 쥐곤 꿈을 향해 뻗어야 할 작은 손”에 그런 커피는 영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꼬마 바리스타’라는 가사가 하루 종일 저를 괴롭혔습니다. 이 꼬마는 노래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꼬마 바리스타’는 기억 저편에 잠자고 있던 또 다른 꼬마를 제 마음속으로 다시 호출하였습니다.

베이징에서 만난 꼬마청소부 ©석혜탁

10년 전 중국 베이징으로 여행 갔었을 때입니다. 중국어를 배우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마구 치솟아서 신나게 이곳저곳을 홀로 돌아다니며, 중국인들과 여러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하철 노선도 하나에 의지해 종횡하던 중 베이징의 놀이공원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티켓을 사고 구석구석 둘러보다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한 장면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매점 앞에서 아주 작은 체구의 아이가 청소를 하고 있던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해 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던 저는 그 잔인하면서도 슬픈 장면을 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담아야 한다”는 치기 어린 사명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중국의 빈부격차를 고작 지니계수로 배웠던 제게 그 장면이 주는 충격파는 컸습니다.

아직 ‘노동’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야 마땅한 이 아이는 파란색 바지를 입고 축 처진 어깨로 바닥을 쓸고 있었습니다. ‘꼬마 바리스타’가 아니라 ‘꼬마 청소부’였던 그 친구의 얼굴에는 어린 아이 특유의 무구함이 아닌 노동자의 피로함이 진하게 배어있었습니다.

노동자의 삶을 사는 꼬마와 부모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 놀이공원에서 만난 중국의 빈부격차 ©석혜탁

“악순환의 순환계 나의 소비는 거머리
한 사람의 가난이
곧 한 사람의 럭셔리
저 멀리 내가 신고 있는 신발
만든 사람들은 아마도 지금 맨발”
-타블로 <출처>

이와는 대조적으로 또래 정도로 보이는 다른 아이는 부모님이 사준 아이스크림을 옆에서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너무 속상했습니다.

저는 햄버거세트를 두 개 사서 그 아이에게 같이 먹자고 했습니다. 아이는 고작 열 살짜리 꼬마였습니다. 청소구역을 물어보고 같이 걸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서 음료수를 나눠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은 호의에도 크게 고마워했던 그 꼬마의 얼굴을 오랜만에 떠올려봅니다.

©픽사베이

“나 하나 편하기 때문에 불편한 사람들, thank you. And I'm sorry.
나 하나 숨쉬기 때문에 숨죽인 사람들, thank you. And I'm sorry.
나 하나 서있기 때문에 무너진 사람들, thank you. And I'm sorry.
이 모든 세상의 출처인 사람들, thank you. Thank you.”
-타블로 <출처>

평소에는 ‘출처’가 학교나 회사에서 리포트를 쓸 때나 주로 사용하는 단어지만, 이 노래를 통해 “이 모든 세상의 출처인 사람들”을 한번씩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벌써 10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스무 살이 됐을 그 친구.

어릴 적 손에 쥐지 못했던 연필로 근사한 미래의 계획을 하나씩 적으며, ‘희망의 출처’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원(希願)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석혜탁

대학 졸업 후 방송사에 기자로 합격. 지금은 모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대학 연극부 시절의 대사를 아직도 온존히 기억하는 (‘마음만큼은’) 낭만주의자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