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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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른 하늘, 다음 장을 넘는 악보처럼 어제의 잎이 지고 전신주를 지나는 바람이 찬찬히 현을 켠다. 차창에 닿는 새벽의 풍현(風絃). 흙먼지 묻은 승합차로 하나 둘 박자 타듯 오르는 노동의 발들.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는 입구, 은박지 싼 밥덩이 한 줄씩 쥔 아낙은 손에 들린 것 맞닿아 치며 종이돈 부르는 타악(打樂)을 낸다. 열리지 않은 공원 그 앞 대리석 화단에 앉아 오는 밤잠 없는 노인들. 오래전 새끼가 맞춰 준 틀니, 높이 어긋난 불협을 달그락 달그락 무던히도 조율한다.

이제는 허름한 빵집 영세의 네온만이 서너 개의 조명으로 거리를 채울 뿐이다. 해 닿아 활짝 개관될 때 기다린 것처럼 막 내리는 역행의 오케스트라. 자리서 일어서는 하나의 관객은 종잇장과 철필뿐인 주머니서 손 빼어 값으로 시편 하나 지불하고는 묵묵히 퇴장한다.

씽씽- 시대처럼 달려오는 네 바퀴들. 설운 아침이 왔다.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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