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건의 드라이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4월9일(토요일) 11시 57분에 사퇴했다. 후보등록 30일 전까지 도지사직을 물러나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을 준수하는 과정에서 사퇴시한 3분전에 그만둔 것은 현미경적 법적용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사건이 자신의 사퇴가 가져올 도지사 보궐선거를 차단할 목적이었음은 잘 알려진 대로다. 그의 사퇴를 예상하고 경남지사 출마를 준비했던 사람들이 3분 안에 출마절차를 맞출 수 있었다면 5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지자체장 보궐선거에 입후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홍 후보의 교묘한 저지전략으로 그들은 내년 6월 정규선거에 출마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들은 홍 후보가 도민들의 참정권을 침해했다며 직권남용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보궐선거사유 발생일을 ‘선관위가 사유의 통지를 받은 날’에서 ‘사유가 발생한 날(후보선출일)’로 바꾸는 이른바 ‘홍준표 방지법’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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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홍 후보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먼저 그는 임기가 1년2개월밖에 안 남은 도지사를 뽑는 보궐선거에 도비를 낭비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도지사 4년4개월 동안 1조3,000억원의 빚을 갚았는데, 보궐선거로 불필요하게 300억 원의 빚을 지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 자신 2012년 12월19일 실시된 경남도지사 재보선에서 당선해 대선후보까지 오른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재보선의 낭비를 말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또 홍 지사 외에도 고 김대중 대통령, 안철수 의원, 박원순 시장 등 재보선이 만들어 낸 스타 정치인도 많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기에 어떤 이유든 잦은 재보선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것은 달가울 리 없다.

5월9일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민선지사가 아닌 임명직 지사로는 도정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자신이 올해와 내년의 사업계획을 모두 확정을 지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대선후보 토론에서 그는 자신의 사퇴방식을 문제 삼는 의원 출신 후보들에게 30일전 사퇴는 국회의원만 해당이 없고 자치단체장 등 여타공직에게 해당되는 차별적인 조항이라며 “대통령에 나오면서 의원직을 안 내놓은 것이 오히려 꼼수가 아니냐”고 역공을 펴 입을 막았다.

그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지만 문제도 있다. 먼저 독선적이다. 자신보다 도정을 더 잘 이끌어 빚을 줄일 수 있는 도지사가 보궐선거를 통해 나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자신의 치적을 능가할 사람은 없다는 오만이 엿보인다. 한 야당 의원은 홍 후보가 대선에서 떨어져 내년도 지방선거에 재출마를 하려는 술수라고 주장했다.

지방자치제에 대한 그의 인식이 가볍지 않느냐는 의문도 있다. 행정부지사 같은 임명직 출신이 맡아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기초 지자체장 임명제 회귀나 기초의회 폐지 주장은 지자제 실시 이후 끊이지 않는 민선 단체장 및 의원들의 비리사건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 사이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법을 너무 작위적이고 현미경적으로 대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가 검사출신이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지만 그런 엄격하고 정밀한 법적용으로 죄를 추궁도 했겠지만, 없는 죄도 만들어졌을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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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공직 재보선은 불법선거 또는 재임 중의 비리 등으로 인한 것이고, 현행법으로도 남은 임기 1년 미만의 공직 보궐선거는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사유로 실시되는 재보선의 비용은 해당 정당에서 부담토록하거나, 해당정당은 후보를 내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재보선을 치를 수 있는 남은 임기를 1년 미만에서 2년 미만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단체장이나 의원이 불법행위로 직위를 상실했을 경우, 그리고 남은 임기가 2년 미만일 경우 단체장은 임명직으로 대행케 하고, 의원선거는 실시하지 않는 것을 제도화 한다면 잦은 재보선으로 인한 행정 낭비도 막고, 비리도 견제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보선 불실시가 주민의 참정권을 침해한다고 하지만 재보선의 투표율은 대개 20~30%에 불과하다. 다수 주민들이 선거 자체에 무관심하거나 짜증을 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비리 혐의로 물러난 사람의 후임을 뽑는 재보선일수록 낮은 투표현상은 두드러진다.

홍 후보의 사퇴해프닝이 재보선 제도의 개선을 향한 출발점이기를 바란다. 그가 이 문제로 그렇게 공격을 받았으면서도 대선공약에 이것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아쉽다.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임종건

 한국일보 서울경제 기자 및 부장/서울경제 논설실장 및 사장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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