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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엔딩[최수안의 동행]
최수안 | 승인 2017.05.08 15:06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했다. 먹고 살기 어려운데 아직은 난세가 아닌가 보다. 대통령 후보자 면면을 살펴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일부 후보는 자기 밥그릇에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에만 급급한 것처럼 보인다.

19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상한가를 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 4247만9710명 중 1107만2310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26.06%를 기록했다. 직전 선거 사전투표율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투표 열풍이 이어져 본 대선에서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면 한다.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다. 민심을 보다 더 많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며 민주주의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것이므로.

©포커스뉴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민주주의로 향해가는 과정에 놓인 ‘미완성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투표율이 높아지는 건 고무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인증샷을 SNS에 올리며 공유했다. 각종 기사에 팩트체크를 하며 재밌는 놀이처럼 여기기도 한다. 국민들은 자신이 뽑은 대통령이 나라를 바꿔가는 모습에서 성취의 기쁨을 느낄 것이다.

다만 남들이 하니까 분위기에 휩쓸려 이벤트에 참여하듯이 촛불을 켜고 선거문화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리 가벼워서는 안 된다. 무력한 우리의 힘이 모여 묵직한 핵직구가 되어야 한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소신을 바탕으로 차기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주위를 보면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투표에 회의적이다. 더러운 정치판에 발 담그기 싫고 관심 없다며 고고한 척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다.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야”라고 외면하고 회피한다. 그런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가볍게라도 정치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 잘못됐다는 말 자체를 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자격은 권리를 이행함으로써 주어진다. 정치인은 다 똑같다고, 가질 수 없는 것이 많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스스로 자신의 주권과 인권을 지키는 일이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한다. 중학교 1학년 때, 회장과 부회장이 팀이 되어 회장선거를 치르게 되었다. 이를테면 정당 선거였던 것이다. 최고를 지향하고 명예를 중시하던 과거의 나는 내게 처음 제안을 한 친구의 손을 놓고 다른 친구의 손을 잡았다. 내게는 후에 영입 제안을 한 친구가 능력도 있고, 승산이 있어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도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후 나는 높은 자리나 앞자리가 아닌, 낮은 자리나 뒷자리에 머물고 종종 사람들 옆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야 비로소 동행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그리고 공감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도 하지 않는가. 죽어도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공감능력이 있긴 있다. 남의 불행에 내 몸과 마음에 생채기가 나듯이 아파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이며 그런 정치인만이 제대로 공약을 이행할 수 있고,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공포로 느껴질 정도로 미세먼지가 온 공간에 가득하다. 미세먼지에 가려졌는데 맑은 하늘을 봤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렇게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의 면역력은 떨어지고 있다. 대선 후보자들은 가난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공(空)약을 내세우는데 묻고 싶다. 그렇다면 본인 재산부터 기부를 할 생각은 없는가를.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실천의 본보기부터 보여줄 생각은 전혀 없는 것인지를. 이쯤 되니 통치자와 수호자계급이 사유재산을 갖는 것을 부정한 플라톤의 견해가 끌릴 만도 하다. 권력은 소금물과 같아서 마실수록 갈증이 나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단다. 한 번 단맛을 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다른 중요한 것은 망각한다. 자신이 권력자가 아니라는 것을.

후보자들은 본인들의 입으로 말하듯 국민의 심부름꾼이자 대리인일 뿐이다. 우리가 그 자리에 앉힌 것이며 그들의 직업일 뿐이다. 그것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피고용인이다.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것은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다. 어디가나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은 잊은 채 자신의 위치만을 생각하여 내려다보고 아래에 놓인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만 그곳은 발 한 번 헛딛게 되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위태로운 곳일 뿐이다.

©픽사베이

우리는 시소 아랫자리에 앉아 있다. 선거가 끝이 나면 맞은편에 앉아있는 후보자는 떠난다. 그렇게 늘 시소 아랫자리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고 다시 마주 앉는다 해도 이상하게 가진 것 많은 그들의 무게는 가볍고, 우리는 마음이 무거워서인지 늘 시소의 아랫자리다. 균형이 맞지 않으니 대화도 오고가기 어렵다. 아무리 말을 전하려 하고 글을 전하려 해도 저승사자와 같은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힌다. 우리가 고용한 대리인은 다가설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프랑스 대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어릴 적 프랑스 혁명의 정신 이념이자 프랑스의 나라 표어이기도 한 세 단어. 프랑스의 사상인 ‘자유, 평등, 박애’는 너무나도 크게 머릿속에 새겨지고 마음에 와 닿았다. 진리만을 간결하게 정리해놓은 말 같았다. 다만 이 중에서 박애(博愛)는 우애(Fraternité)를 오역한 단어로 현재 한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박애라는 의미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박애든 우애든 이 세 단어가 실현된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다.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어느 누구나 같은 일을 겪었을 때 똑같은 처우를 받을 수 있고 누구든지 책임질 수 있는 논리를 갖춘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강압이나 보복 당하지 않을,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발언의 기회를 갖는 것. 소망은 참으로 소박하고 현실은 참으로 각박하다.

아끼는 말 중 두 단어가 ‘균형’과 ‘조화’이다. 우리나라 사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조화’이다. 태극기마저 4괘가 태극을 중심으로 통일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단군신화부터가 하늘의 환웅과 땅의 웅녀라는 하늘과 땅의 조화를 말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차근차근 느린 걸음이더라도 이루어져야 더불어 사는 민주주의이고, 자유로운 한국이고, 국민의 나라이고, 바른 나라이고, 정의로운 나라이고, 우리가 꿈꾸는 새 누리이다. 경제를 살리고 애국하고, 국민 대통합 및 민중연합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며 홍익인간의 정신의 실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늘 푸른 한국이 되어 한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본다.

이름에는 본디 많은 것이 담겨 있고 이름을 지을 때는 이름값을 하라는, 하겠다는 것이 의지가 담겨져 있어져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공자의 정명(正名)사상을 빌려와본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정치인답게, 국민은 국민답게 각자의 이름으로 지어진 역할에 충실 하는 것. 더러워진 옷 갈아입듯이 정당의 이름을 쉽게 바꾸는 행태는 신뢰를 잃는다. 사람도, 정당도, 나라도 이름값을 해야 한다. 속뜻을 이행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학생들이 투표 독려 캠페인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한 헌법을 채택했다. 1948년 8월 15일 남한에서는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고려 500년, 조선왕조 500년, 신라는 무려 1000년이다. 1948년 8월 15일을 기준으로 70년도 채우지 못했는데 망조가 가득하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조선의 시스템은 사람들의 오해처럼 엉망진창이 아니었다. 나름대로의 품격 있는 논리로 세워진 격이 있는 시스템을 갖춘 나라였다. 단지 나라의 점점 퇴락의 길을 걸으며 기득권자들이 이론을 왜곡하여 적용하여 이익을 취하며 변질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격조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역사는 반복된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된다. 저지르고 나서 애초의 다짐과 약속을 번복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제대로 된 역사를 늘 공부하며 뒤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고, 미래를 내다보며 변수를 예측해야 할 것이다. 임진왜란 때 왕인 선조는 도망가고 백성들이 호미나 낫이라도 들고 나와 왜군에 맞서 싸웠듯이 자신이 왕인 줄 아는 기득권자들은 위기에 몰리며 남모르는 벙커에 숨을 것이고 모든 일이 끝이 나면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나타날 것이고. 늘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은 국민이니 말이다.

그러나 꽃은 결국 지고 만다. 역사는 기록하고 심판한다. 나라를 바꾸어 나간다는 것이 개혁이나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불가능하게 보인다. 허나 우리는 누구들처럼 무력(武力)으로 제압하지 않는다. 무력(無力)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저 사람답게 사람구실하며 살 수 있는 나라, 제 역할을 할 기회의 평등이 주어지는 나라의 완성된 민주주의를 꿈꾸며 희망과 기대를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는 것이다.

선거판이 시끄럽다. 후보자들이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것은 자신이 내세울 것이 없거나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맘때면 나오는 위장술도 흥미롭다. 선거철에만 서민들과 같은 처지인 척 하는 연극은 그만 봐도 충분하다. 희극이긴 하지만, 아무리 웃을 일이 없는 요즘이라지만 씁쓸한 웃음은 질린다.

탄생은 복불복이다. 금수저를 쥐고 나왔다고 해도 촛불로 녹여버리면 그만이다. 우리의 사기는 올라와 있다. 우리자체가 항상 초처럼 몸을 녹여가며 뜨겁게 열을 내는 존재인 것을 어쩌겠는가. 5월 9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우리에 의해 만들어진다. 팩트체크한 내용들이 팩트폭행으로 날아올지. 이날의 벚꽃이 먼 훗날 모든 사람의 몸과 마음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축포로 닿게 될지. 과연? [논객닷컴=최선희]

 최선희

 논객닷컴 청년칼럼니스트

 건축회사 웹디자인 파트에서 근무 중인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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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안  sooahn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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