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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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10년 전 알고 지내던 친구를 찾은 지 벌써 반년이 되어간다. 유년시절의 8할을 함께한 친구였다. 그 애는 내 생애 첫 이사와 전학에 나보다도 많이 울었다. 그토록 찾아 헤맸는데 막상 친구를 맺고 온라인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니 기분이 묘했다. 우리는 몇 달에 거쳐 서로를 기억하고 있음에 감동하고 보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소식을 주고받으며 애정 어린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차마 나는 이 친구를 만나지 못하겠다. 모르는 사이도 아니면서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너무 다르게 변했을까봐, 혹은 현재의 내 모습에 실망할까봐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저 내가 못해준 것들만 생각나서 괜한 미안함에 눈시울이 붉어져 그런 것이다. 내 욕심에 그 애를 울린 일, 누구보다 잘 알면서 장난이라는 이름 아래 외면했던 일 등등 둘만 아는 일들이 떠오른다. 이미 기억 속에 잊혔을지 모르는데 나 홀로 마음이 쓰여 걸음을 떼지 못한다.

꼭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 하긴 연인처럼 온종일 붙어 다니긴 했다. 그 애는 여전히 나와 함께 뛰놀던 동네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SNS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며 키는 얼마나 컸을지, 아직도 밥 먹을 때 물을 한 컵씩 마실지 실없는 생각을 한다. 이런 실없는 생각을 활자로 옮겨 놓으면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는 꼭 얼굴을 봤으면 하고 바라본다.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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