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송채연

짐 정리를 하다 벽장 속에서 빛바랜 노트 뭉치를 발견했다. 초등학교 시절 쓴 일기장이었다. 엄마는 참으로 꼼꼼한 분이었다. 유년의 기록들을 쉬이 버리지 못하고, 내가 나중에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도록 차곡차곡 모아둔 것이다. 요즘 아이들도 학교에 일기를 써 가는지 모르겠다. 나 때는 반 아이들 모두가 일기를 썼다. 일기장 페이지마다 담임선생님이 찍어준 도장이 남아있었다.

또박또박 큼직한 글씨체에 담긴 사연을 읽고 있자니 어린 내가 눈앞에 서있었다. 나는 내가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잃은 것도 있었다. 바람에 개미가 날아갈까 걱정하는, 언덕 위에 서면 해랑 만날 수 있다는 그때의 나는 이제 없다. 참 순수하고 귀여운 생각들이라 웃음이 났다. 너무나 사소한 일상의 기록이기에 기억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감정만큼은 온전히 떠오르는 듯했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한번쯤 일기장이나 빛바랜 사진 한 장 펼쳐보면 어떨까. [오피니언타임스=송채연]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