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요즘 강원도 정선에선 ‘산나물 축제’가 한창입니다. 곤드레에서부터 취나물, 잔대 등 지역특산 산나물이 시장좌판을 차지합니다.

곤드레는 정선의 대표적 산나물이죠. 엉겅퀴과의 풀로 원줄기가 1~2m 쯤 되고 자라면서 가지가 사방으로 퍼집니다. 어린 순은 데쳐 무치거나 된장국으로 끓여 먹기도 하고 시레기처럼 말려 나물밥을 해먹기도 합니다.

“한치 뒷산에 곤드레 딱주기! 임의 맛만 같다면, 올봄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내지…”

정선아라리의 한 대목입니다. 먹을 게 많지 않던 시절, 두메산골 사람들은 보리고개를 넘기기 위해 산나물을 뜯어 끼니를 이었습니다. 그런 구황(救荒)식품의 하나가 곤드레입니다. 딱주기는 사삼(沙蔘)이라고 불리는 잔대로 약재로도 쓰입니다.

“향도 독도 없지만 별 맛도 없다. 보릿고개를 넘던 어머니의 지긋지긋한 나물죽 곤드레 딱주기!”
나이 지긋한 네티즌이 올린 글입니다.

요즘이야 웰빙음식이라해서 곤드레 나물밥이 인기지만 한 세대 전만해도 살아남기 위해 마지못해 먹어야 했던 먹거리가 곤드레죽이었습니다.

©동이

‘곤드레’란 나물의 이름은 골짜기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보입니다.

깊은 산골에 사는 곤들매기나 고들(곤들)빼기에서 보듯 ‘곤들’이란 단어가 ‘골’과 밀접합니다. ‘곤들’은 ‘민들레’의 ‘민들’과 같은 접두어로 보이고... 곤드레나 민들레의 조어방식에 유사성도 있죠.

트로트 가수 박현빈이 불러 유행했던 노래가 있습니다. “곤드레~ 만드레~ 나는 취해버렸어…”란 노랫말이 나오는 ‘곤드레 만드레’.

이 표현과 관련, “곤드레가 대궁이 비어 있어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양때문에 ‘곤드레 만드레’란 말이 나왔다”는 주장도 있지만 말뿌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곤드라지다’란 말이 있습니다.‘ 몹시 피곤하거나 술에 취하여 정신없이 쓰러져 자다’ ‘곤두박질하여 쓰러지다’가 사전적 풀이죠. 곤드레가 ‘곤드라지다’에서 온 부사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만드레’는 ‘아리랑 쓰리랑’ ‘얼씨구 절씨구’처럼 강조를 위한 후렴구로 보이죠.

식물 곤드레를 보고 술에 취해 비틀대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문학적 상상력이나 감수성의 힘(?)이 아닐까 합니다. ‘곤드레 만드레’와 풀(곤드레)의 표현이 같을 뿐 말뿌리는 다르다는 게 동이 생각입니다.

‘곤드레 만드레’엔 술에 취해 드르렁 드르렁 코골며 자는 의태개념까지 녹아든 게 아닌가 합니다. 말이란 게 세월과 함께 이런 저런 뜻이 담기면서 시속어, 표준어로도 진화돼가니까요.

그런데 정선사람들은 말뿌리가 다른 ‘곤드레 만드레’와 ‘나물 곤드레’를 기발하게 결합시켜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곤드레 나물로 만든 정선명주 ‘곤드레 막걸리’가 그것입니다. 파르스름한 빛이 도는 곤드레 막걸리는 여느 막걸리와 색감이 다르고 맛도 좋습니다. 정선장터엔 곤드레와 취나물이 지금 지천입니다. 장터에서 수수부꾸미나 메밀전병, 장떡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사발 맛보는 것도 별미여행이 될 듯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여행 팁: 정선읍내 아라리촌에 입장하면 입장권(1인당 3000원) 금액만큼 지역상품권을 무료로 줍니다. 일종의 페이백이죠. 그 상품권으로 정선시장에서 물건을 살 수도 있고 막걸리 값으로 지불할 수도 있습니다. 정선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특화상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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