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우리 국민, 그동안 참으로 수고 많았다. 그 수고의 코드는 누가 뭐래도 불이었다. 이 불은 특별했다. 대상을 태우는 폭력적 불이 아니라 자신을 반성하며 태우는 자성의 불이었다. 국민들은 작년 10월부터 시작해 한겨울의 추운 칼바람 속에서도 광장으로 모였다. 한사람 또 한 사람이 모여 1700만이 불을 들었다. 촛불은 횃불로 커져 타올랐다. 아시아 대륙 동쪽이 민주와 주권을 향한 불로 타올랐다. 비폭력 자성의 불을 든 나라가 어디 있던가!

춘천마임축제 공연 장면 ©춘천마임축제 홈페이지

달라지는 불(火)의 한국

5월 9일, 새 정부가 들어섰다. 공화(和)국에 공화(火)국의 뜻이 더해졌다. 새 공화국은 국민의 불에 빚졌다. 이 불은 새 정부에 위탁되어 많은 적폐들을 태워버릴 것이다. 새 정부는 먼저 한일 위안부문제 재협상 뜻을 일본에 통보했다. UN 고문방지위원회도 일본에 재협상을 권고했다. 새 정부는 공공부문 20%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먼저 인천공항공사가 화답했다. 세계 1위 공항을 만들기 위해 수고했던 1만여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이 발표에 놀랐다. 대통령이 청와대 기술직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했다. 청와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했다. 새 대통령은 국정국사교과서를 폐기하고 정치검찰을 개혁하고 세월호 진상과 MB정부의 4대강 프로젝트를 조사할 것임을 밝혔다.

새 정부에 회의적인 분들은 이를 화로의 재까지 파헤치는 잔인한 보복조치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주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를 외친 국민들의 염원을 다시 들으시라. 헤어 롤 퍼포먼스까지 했던 이경미 헌재 재판관의 냉엄했던 판결문을 다시 읽어보시라. 이것들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현 정부를 만든 불 공화국 국민의 불 명령이다.

뜻밖의 청신호도 보인다. 수출 경기가 오래간만에 호조를 보이고 삼성전자는 최고점을 뚫었다. 코스피 시장도 역대 최고점을 돌파하고 상승 모드로 접어들고 있다. 한류는 중국 외에 새 시장을 뚫고 있고 관광객도 동남아, 중동 국가 비중이 늘고 있다. 북핵으로 불안하고 사드보복, 경기 침체로 우울했던 한국인 가슴에 희망이 피어날 것인가!

엘레나와 마테오 마지 듀오가 만든 ‘나니로시 쇼’ ©춘천마임축제 홈페이지

반전의 봄이 오다

필자는 작년 말 주식은 떨어지고 강의 시장은 위축되고 필자가 고문으로 있는 디자인 회사도 어렵고, 오래 준비했던 책은 무기한 출간 연기되어 사면초가라고 투덜댔었다. 토요일의 광화문 광장에서 적은 잘 보였지만 사실 나라의 앞은 잘 보이지 않았다. 사소한 걸 하나 더 투덜대자면 아파트 앞집 아저씨가 도대체 안하무인 무뚝뚝 캐릭터여서 이웃 간 분위기도 싸-했다. 그런데 이 봄에 반전이 왔다.

먼저 반전은 마침내 책이 나올 것 같다는 것이다. 오래 공을 들였는데 다음 한국의 전망을 담은 책이다. 필자가 스토리 고문으로 있는 디자인 회사에도 여러 기업들에서 발주와 공동사업 제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얼마 안 되는 주식이지만 파란색 표시보다는 빨간색일 때가 더 많아졌다. 앞집에는 새 이웃이 이사 왔다. 젊은 엄마는 쌍둥이 아이들과 화단에 꽃을 심고 싹싹하며 쌍둥이 아이들은 아파트 앞을 뛰어다니며 “와 감나무다, 와 꽃이다, 와 저 흰 고양이 봐” 하며 활력 킹 짱이다.

필자 개인 신상에도 특별한 뉴스가 생겼다. 4월부터 마임과 도깨비 난장으로 유명한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이 된 것이다. 문화와 축제에 관심은 있었지만 기업 마케터 출신인 필자에게 총감독 제의는 확실히 파격적 초대였다. 춘천은 고려 태조 이래로 봄(春)의 도시였다가 의암호 소양호가 생기면서 물의 도시로 거듭난 도시이다. 그래서 우리 대학생시절 5월이면 저녁기차를 타고 가서 밤새 봄과 호수와 소주에 취했던 낭만적 도시가 바로 춘천이었다. 그 춘천에 소양강 처녀 스토리도 만들어졌다. 소양강에 동상이 세워진 ‘소양강 처녀’는 90년대부터 전국 노래방 애창곡 1위, 중국동포 애창곡 1위로 아이유보다 훨씬 먼저 국민 여동생 이미지였다. 그런 춘천을 예술로 더 빛나게 하는 것이 춘천마임축제인데 춘천과 한국을 넘어 이제는 런던마임, 파리 미모스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 축제에 불 공화국 2017년에 어울리는 특별한 코드가 준비되고 있다.

일본 마임공연자 오이카도 이치로의 카파 공연 ©춘천마임축제 홈페이지

무거운 것 내려놓고 불의 축제를 누리시라

다음주 일요일인 5월 21일부터 시작되는 춘천마임축제는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먼저 중앙로에서 엄청난 물과 거품으로 도시를 씻어버리는 ‘아수(水)라장’ 개막제, 꽃씨와 마임을 테마로 도시 곳곳을 꽃피우는 ‘봄의 도시’, 그리고 마지막 날 의암호 수변공원에서 국내 유일 무박3일간 불을 테마로 일상을 태우고 불의 천국을 경험하는 ‘불의 도시’ 축제이다. 올해는 새롭게 선보이는 2m 높이 50여개의 화염머신이 쏘아 올리는 불기둥이 바이올린, 일렉트로닉 기타 연주와 어울려 춘야의 장관을 이룰 것이다.

필자는 올해 이 불이 가지는 두 가지 특별한 코드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는 불 공화국 탄생 축하 코드이다. 국민들이 작년 10월부터 추운 겨울에 불을 들어 만든 이 나라 아닌가! 그래서 춘천시와 스태프들의 마음을 모아 1700만 국민이 만든 위대했던 불의 뜻을 되새기며 축하하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임박한 동계올림픽 코드이다. 나라가 잘 되려면 손님들이 와서 흥겹게 놀고 가야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 여러 심각한 이슈로 치이는 한국 아닌가. 그들이 와서 한바탕 즐겁게 놀고 가면 강경일변도 분위기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동기야 어쨌든 세계인 입장에서는 한국이 부른 잔치다. 그들은 한국인의 민주, 주권을 향한 하나 된 열정도 알고 있고 한국만이 이뤄낸 불의 상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평창 올림픽 슬로건인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은 그들 가슴에도 공명할 것이다. 그래서 2017년 불의 도시 축제는 축제성에 이 두 가지 코드를 담으려고 한다. 축제는 시대에 반응해야 생생해진다. 정부도 춘천마임축제 불의 도시 테마에 주목하여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로 한 터다.

한국의 봄은 이렇게 춘천마임축제에서 아수라 물과 함께 와서 봄의 꽃을 피우고 마침내 신성한 불로 타올라 우리를 정화해주고 축복해줄 것이다. 우리 국민, 참으로 수고 많았으니 5월엔 짐 다 내려놓고 춘천이 태우는 불의 축제를 누리시라.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황인선

브랜드웨이 대표 컨설턴트

2017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문체부 문화창조융합 추진단 자문위원 / 전 KT&G 마케팅본부 미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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