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채연의 물구나무서기]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서로를 알기 위해 흔히 직장이나 학교, 학과 따위를 묻곤 한다. 어느날 내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자 “와~ 봉사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라고 누군가가 말을 이었다. 이 같은 반응은 익숙한 데자뷰였다. 이따금 내가 사회복지학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착하거나 희생적이라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학과 친구는 예전에 알바를 했을 때 겪었던 불편한 경험을 털어놨다. 당시 사장은 정시 퇴근하려는 친구를 붙잡고 매일 십분~이십분씩 일을 더 시켰다. 보수 없는 근무에 부당함을 느낀 친구가 사장에게 항의하자 “넌 사회복지 배운다는 애가 희생할 줄 알아야지, 그렇게 돈 돈 따져서 쓰냐”라며 되레 화를 냈다. 이처럼 같은 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사회복지에 대한 편견이 나만의 고민이 아닌 것 같았다. 사회복지가 착한 일을 하는 학문이라고 오해하는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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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라 하면 ‘봉사, 희생, 배려’ 따위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도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이는 사회복지의 발달과정 때문일 것이다. 18C 중엽 영국은 산업화와 도시화를 맞이하면서 도시빈민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국에서 사회복지기관들이 생겨났는데 이것이 사회복지의 출발점이다. 당시의 기관들은 대개 개인이나 민간단체에 의해 운영됐는데, 이들은 어려움을 겪는 개개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정규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다. 또한 인간행동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기에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잘 알지 못했다. 따라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개입보다는 음식이나 주거시설과 같은 물리적인 원조가 주가 되었으며, 심리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종교적 훈계 차원의 개입만이 이루어졌다. 즉, 사회복지실천의 첫 출발점이 박애활동이나 자선의 형태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선, 봉사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이유가 있다. 한국은 6.25 전쟁 시기 미국식 사회복지실천 방법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 급격히 늘어난 전쟁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N은 세계의 각국에 구호 활동을 요청했고, 한국에 들어온 외국 원조단체들은 KAVA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전후 응급 구호적인 성격이 강했다. 주로 전쟁 이재민들에게 구호물자나 식량을 배급하고 긴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매진했다.

이 같은 원조단체 활동이 한국의 사회사업발전에 끼친 영향에 대해 최원규(1996)는 ⓐ한국의 사회복지가 거시적인 사회정책보다는 미시적인 사회사업 위주로 발전하게끔 하였다. ⓑ한국인이 사회사업을 구호사업 또는 자선사업과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데 기여했다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이후의 사회복지실천은 전문성을 띄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고자 하였으며 사회복지사들의 활동 내용이나 영역, 지식 기반, 기술의 성격 등에 대한 정체성을 규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70년대부터는 사회복지실천 모델에 대한 탐구가 일어나면서 많은 실천 모델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또한 80년에는 임상사회사업의 실체를 규정하는 작업이 전미사회복지사협회(NASW)를 중심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사회복지사들의 공통적인 지식기반, 실천방법, 실천 현장, 가치와 기술 등에 대한 합치된 정의를 도출해 내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NASW는 사회복지실천활동을 “개인, 집단, 지역사회로 하여금 그들 각자의 사회적 기능을 증진, 복구시키며, 이러한 목적에 합당한 사회적 조건들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전문적 활동”이라고 정의하며 사회복지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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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70년에 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처음으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 전문 인력의 자격과 관련된 사항이 명시되었다. 또한, 97년에는 사회복지사업법, 98년에는 사회복지사업법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개정되면서 법적으로 규정된 요건을 갖추거나 국가시험을 통과해야만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서 사회복지실천의 전문성을 한층 고양시켰다. 사회복지사 1급 국가시험의 실시와 더불어 사회복지실천과 관련된 교과과정도 일부 개편됐다. 이러한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발전과 함께, 사회복지실천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발휘할 만한 현장과 그 틀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현재의 사회복지는 초기 단계의 단순한 경제적 원조 형태를 벗어나,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인간의 삶에 개입하고자 한다. 사회복지실천의 속성에 대한 규정에서도 이를 알 수 있는데, 사회복지실천활동이란 사회구성원 모두의 안녕상태를 지향하는 사회의 집합적, 조직적 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합적이라는 것은 복지활동을 위한 인적, 물적 자원이 사회 또는 국가로 집합된 후에 사용됨을 의미한다. 조직적이라는 것은 국가나 사회가 복지 활동의 영역이나 대상, 제공 수준과 인력 등을 사전에 정해두고 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활동을 전개함을 의미한다.

물론 의사나 연구자보다는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이 떨어져보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복지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에게 단순한 도움이나 일차적인 원조를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라 사회의 복지 도모라는 목적 하에 엄연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직업이다. 현재 사회복지사는 개인, 집단, 지역사회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대상의 복지 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물론 사회복지사의 직업윤리로서 인간에 대한 친근성, 인성과 같은 자질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적인 봉사와 희생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사회복지전문인력 또한 여느 직업들과 같이 하나의 전문 분야로서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오피니언타임스=송채연]

 송채연

  대한민국 218만 대학생 중 한 명.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될래요.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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