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과 이슈]

폐지논란이 거셌던 특수활동비가 마침내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이 필요한 수사나 정보수집 활동에 쓰도록 돼있는 ‘특별한 예산’입니다. 그러나 영수증없이 쓸 수 있어 눈먼 돈이 된지 오래입니다. 말이 특수활동비지, 권력기관들의 쌈지돈이나 다름없이 쓰여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특수활동비 예산편성액이 무려 8조5631억원. 기관별로 국가정보원 4조7642억원, 국방부 1조6512억원, 경찰청 1조2551억원, 법무부 2662억원, 청와대 2514억원이며, 올해(8990억원)는 지난해보다 120억원 늘었습니다.

최근에 터진 검찰의 돈봉투 사건이 특수활동비 폐지여론에 불을 붙였습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이른바 검찰 ‘빅2’가 최순실 게이트 및 우병우 수사와 관련해 검찰간부들에게 준 격려금(70만~100만원)의 출처가 특수활동비일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터입니다.

©픽사베이

특수활동비는 그동안에도 폐지여론이 높았으나 그때 일뿐 ‘소귀에 경읽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새 정부 청와대가 적극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깜깜이 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를 대폭 줄여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아직 쓰지 않은 특수활동비와 특수업무경비(127억원) 중 53억원을 절감하고 내년에도 31%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가족생활비도 봉급에서 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대통령 생활비를 대통령 개인에게 청구하는 미국 백악관 시스템을 따른 겁니다.

“식대의 경우 손님 접대 등 공사가 정확히 구분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부부 식대와 개·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구분 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 그래도 (관사로 인해) 주거비는 안 드니 감사하지 않느냐?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문재인 대통령)

대통령부터 투명하게 사용해 공직사회에 개혁의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의미로 읽혀집니다. 지난해 12월9일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된 박근혜 전 대통령만해도 올들어 하루 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썼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세금을 공무원이 영수증없이 사용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특수활동비는 공무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로 일부 힘있는 권력기관장들이 공돈으로 여기고 나눠먹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지급 대상이나 집행 방식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없다. 기관과 공직자들이 사적 용도로 유용해도 제재받지 않는 ‘쌈짓돈’으로 사용돼왔다.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용돈처럼 주고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5년에는 홍준표 지사와 신계륜 의원이 국회 특수활동비를 사적 용도(자녀 유학자금과 생활비)로 사용했던 일이 밝혀지기도 했다”(경실련)

NGO(비정부기구)들의 목소리입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가 솔선해서 특수활동비를 폐지해야 하고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에 대해서는 생활비로 쓴 특수활동비를 환수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보기관 등에 한해 규모를 최소화하고 이외 기관의 특수활동비는 폐지하는 게 옳습니다.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뿌리깊은 적폐를 청산하는 길입니다. 정보기관의 특수활동비 사용 역시 업무추진비에 준해 그 근거를 명확히 정하고 지출 증빙자료를 제출해 국회의 통제와 감시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사기업의 경우 영수증없이 돈을 지출하면 횡령죄가 됩니다. 카드를 쓰더라도 사적 지출로 의심되면 경비 인정조차 안되는 게 현실입니다.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가 얼마나 허술하게 집행돼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트위터에 "국정원 4조 ‘검은 예산 최다’…국회 등 무관한 용도로 펑펑"이란 기사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시민혈세를 펑펑쓰면서 청년취업 돕는 청년수당 지급을 포퓰리즘이니 악마의 유혹이니 했던 그 사람들 다 어디갔나요?”라고 반문했습니다.

“대통령이 특수활동비 개혁에 나섰습니다.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이 국민세금을 쌈짓돈처럼 쓰는 관행을 끊는 것입니다. 예산문제를 넘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투명하게,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하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죠. 국회도 적극 나서겠습니다”(박광온 의원/국정기획위 대변인)

꼭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나랏돈 막쓰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절약되는 돈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데 한푼이라도 더 써야 합니다.[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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