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마오쩌둥은 스탈린의 충실한 꼭두각시였다’는 내용이 담긴 ‘마오저뚱 평전’이 나왔습니다.

“평전(민음사)은 옛 소련의 방대한 기밀문서를 토대로 마오가 스탈린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실증적 사실을 담고 있으며, 특히 한국전쟁을 둘러싸고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의 정략적 관계 속에서 스탈린에게 조종당하는 마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문화일보)

꼭두각시는 남의 조종에 따라 주체성없이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를 이릅니다.

꼭두는 본래 맨 앞이나 맨위, 우두머리를 지칭하며,각시는 아내를 뜻합니다. 민속 인형극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죠. 남녀 여러 인형을 무대 위에 번갈아 세우며 무대 뒤에서 조종하고 그 인형의 동작에 맞추어 말을 하는 전통 인형놀이가 있습니다. 거기에 나오는 박첨지 아내(각시)가 꼭두(우두머리)여서 꼭두각시 인형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뒤에서 조종하는 이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데서 그 의미가 다소 확대돼 '남의 조종에 놀아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됐습니다.

©픽사베이

우두머리 의미는 남사당패의 ‘꼭두쇠’, 만화 ‘흙꼭두장군’같은 데에도 보입니다. 학자들은 ‘꼭두’와 관련, 서역계통의 외래어가 어원으로 중국에서 괴뢰(傀儡/허깨비)를 ‘郭禿(Kok- Touk)’이라 했는데, 꼭두가 여기서 생겼다고 봅니다. “或問俗名傀儡子爲郭禿”(顔氏家訓)에 등장하는 괴뢰가 곽독이며 곡도 > 곡독 > 곡둑 > 꼭둑 > 꼭두로 변했다는 겁니다.

꼭두엔 우두머리란 뜻 외에 ‘아주 이른’이라는 시간개념도 있습니다. 이른 새벽을 꼭두새벽이라 하죠. 꼭두가 공간개념에서 시간개념으로도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리(공간개념)를 뜻했던 ‘참’이 ‘한참’ ‘새참’의 시간개념으로 쓰였던 것과 같다 하겠습니다.

유사어로 꼭두머리 꼬두배기 꼭대기가 있죠.

“‘꼭두머리’가 ‘꼭대기’의 의미로 쓰일 때에는 비표준어이다. 그러나 ‘꼭두머리’가 ‘시간적으로 일의 가장 처음’의 의미로 쓰일 때에는 표준어로 인정한다. ‘꼭대기’의 의미로 ‘꼭두머리’는 쓰는 경우가 있으나 ‘꼭대기’만 표준어로 삼고, ‘꼭두머리’는 버린다.”(국립국어원)

뾰족하게 높이 솟은 산봉우리를 꼭두바위라 합니다. 포천 예천 함양 등지에 꼭두바위봉이 있습니다. 일부 지방에선 꼭두배기라고도 하고...

서울 동숭동엔 꼭두박물관이란 곳이 있습니다. 상여의 ‘맨 위’에 붙였던 인형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상여의 꼭두인형들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보면 꼭두란 뜻이 ‘우두머리’ ‘맨위’에서 ‘상층부’로까지 범위가 넓어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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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와 꼭지점 역시 유사개념으로 보입니다. 꼭지는 그릇의 뚜껑이나 기구 따위에 붙은 볼록한 부분. 고추 등 식물의 열매가 달린 윗부분도 꼭지라 했습니다. 도형에 정점을 뜻하는 꼭지점이 있고, 거지왕초를 꼭지라고도 불렀습니다.

‘꼭 집다’ ‘꼭누르다’ ‘꼭꼭 누르다’ ‘꼭꼭 숨어라!’라는 표현 역시 맨 윗부분이라는 뜻의 ‘꼭’자 돌림이 아닌가 합니다. 물건의 맨 위부분을 집거나 맨 위부분을 누르는 동작에서 ‘꼭’이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 까닭입니다. ‘꼭꼭 숨어라’ 역시 신체의 맨 위부분인 머리를 낮추고 숨어라!는 뜻에서 온 것으로 보이죠.

꼭두각시가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줏대없이 움직이는 존재로 ‘어의변화’가 일어났지만 애초엔 우두머리나 맨앞, 맨처음이란 뜻을 담았슴이 분명해 보입니다.

옷감을 물들일 때 쓰는 ‘꼭두서니’란 풀이 있습니다.

“꼭두서니의 뿌리를 삶은 물로 천이나 나무를 붉게 염색했기 때문에 붉은 빛깔을 흔히 꼭두서니라고 한다. 특히 저녁 노을이 붉게 질 때의 색깔을 꼭두서니 빛깔이라고 했다. 꼭두서니라는 말은 본래 옛 유랑극단인 남사당패의 우두머리를 지칭하는 꼭두쇠에서 유래했다. 꼭두쇠는 붉은색 옷을 입었으므로, 붉은색 염료로 사용되는 이 식물의 이름도 꼭두서니라고 한 것이다.”(야생화 백과사전/정연옥)

꼭두란 표현이 생각보다 많이 쓰이고, 꼭두각시에서 보듯 애초 뜻과 달리 어의변화가 많이 이뤄졌습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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