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련의 그림자]

나는 내게 주어진 것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두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보고, 거리에 흐르는 음악이나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이렇게 글을 쓰거나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신체가 정상이라 생각해 이를 갖지 못한 이들을 비정상 취급하며 차별적인 시선을 던졌다.

동성애를 향한 편견도 마찬가지다. 예술작품이나 현실에서 동성 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물었기에 이성과의 사랑만이 정상인줄 알았다. 동성혼은 금지되어 있으며, 어쩌다 동성애에 관한 주제가 나오면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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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시작장애인을 만나게 됐다. 얼마 전까지 대중매체에서나 봤던, 실제로 만났더라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스쳐지나갔을 사람이었다. 이 만남을 계기로 나는 ‘소수자’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책에서 보았던 그들이 겪는 차별적인 시선들을 그때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가진 신체적 조건이 당연한 것이 아니란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내 세계는 좁았었다. 내가 건강한 신체를 가졌더라도 한쪽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내가 이성애자라고 해서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겪고 있지 않은 일이라 해서 세상에 없는 일은 아닌 것이다.

나도 그랬듯이, 사람들은 쉽게 인권을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굶고 있는 기아 아동이나, 이슬람 국가의 여성들, 공산주의체제에 지배받는 북한주민들은 나와는 멀리 떨어진, TV에서나 나오는 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인권을 침해받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굉장히 많다.

어쩌면 ‘여성’인 당신이 회사를 취직하는데 차별을 받거나, 소라넷 같은 사이트에 몰래 찍힌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다. 또한 당신의 부모님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 훨씬 적은 임금을 받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 수 있다. 아니면 당신의 친구가 ‘성소수자’로 가장 친한 친구인 당신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사회적 시선에 상처받으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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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라고 해서 단순히 수가 적은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회에서 권력을 차지한 지배집단에 의해 사회나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고 배제되어 온 집단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권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고 아직도 사회에는 많은 부분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잘못된 것임을 인식하고, 이를 제거하고자 하는 운동이 역사적으로 오래 지속돼왔지만, 아직까지도 차별의 잔재는 남아있다. 편견으로 굳어진 생각들을 풀어나가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인권에 대한 한 사람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관심이 여러 사람에게 퍼져나가 공동체 전체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인식을 전환한다면, 소수자를 더 이상 색안경끼고 보지 않는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관심은 한 명을 웃게하는 힘을 가졌다. 그리고 그 한 명이 내 가족이나 친구가 될 수 있다. 시간과 돈에 쫓기는 바쁜 나날이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와 타인을 위해 조금의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최혜련

 다채로운 색을 가진 사회가 되길 바라며 씁니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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