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흔한 이사 풍경 ©세종시청

햇볕이 들어오기에는 좁은 공간이었다.

바닥에 몸을 맡기면 한 가득 채워지는 방 구조 덕분에 햇볕에게 양보할 자리란 없었다. 오히려 집 밖으로 발걸음을 내밀면 햇볕이 은근히 다가와 주었다. 이렇게 세입자의 이기적인 탐욕으로 쓰는 방을 반지하 원룸이라고 한다.

이쪽 원룸에서 저쪽 원룸으로 옮겨가는 일을 7년째 했다. 이제는 눈만 감아도 원룸의 구조가 훤히 보이고, 웬만한 짐짝도 거뜬히 소형차에 구겨넣을 수 있다. 이사 대행업체의 존재감을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척척, 착착. 주변 친구들과 동생들도 한 팀이 되어주었다. 이리저리 방랑하는 동안 약간의 돈을 움켜쥐게 되었는데, 아무리 계산 해봐도 집을 소유하는 것은 애초에 글러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매번 이사를 끝내고 먹었던 자장면이 속을 더부룩하게 만들었나보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늘어난 짐을 핑계로 포장이사를 신청했고 지불한 돈 만큼이나 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방향만 제시했다. 버려야할 것과 함께 가야 할 녀석을 구분했고, 사정이 있는 물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남겼다. 신기할 정도로 빠른 시간에 물건들이 정리되었고, 그곳에 담긴 나의 추억만 빼고 고스란히 박스로 옮겨졌다. 먼지투성이의 빈 공간을 보며 후련함과 서글픔을 느꼈다.

이제는 가야했다. 새로운 터전으로.

그곳은 햇볕이 쨍쨍 들어와도 내 공간을 침해하지 않으리. 그리고 자장면 곱빼기를 먹고도 청량함을 느낄 차례다. 이렇게 나는 자본주의의 열심당원이 되어간다.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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