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요의 미디어 속으로]

민주당이 방통위원 후보를 재공모키로 했다

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 추천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지난 2월 최수만 전 한국전파진흥원장을 방통위원 후보로 내정한 바 있다. 3월 26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재홍 부위원장 후임을 채우기 위한 절차였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최 전 원장에 대한 추인을 보류했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장과 위원 1명, 여당이 추천하는 1명, 야당이 추천하는 2명을 대통령이 임명해 총 5명으로 구성된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추천 김재홍 부위원장과 대통령 지명 및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추천 이기주·김석진 위원은 3월 26일이 임기만료일이었고, 대통령 지명 최성준 위원장 임기만료일은 4월 7일이었다. 탄핵정국으로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때였다. 민주당 추천 고삼석 위원은 6월 8일 임기가 만료된다.

조기 대선이 무르익을 때, 민주당은 방통위원 추천을 서둘렀다

당시 민주당 최고위가 최 전 원장의 방통위원 추인을 보류했던 것은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시기에 야당 몫 방통위원 지명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다.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야당 몫 2명을 놓고 합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야당 몫 2명 중 부위원장은 민주당이 추천하고, 위원 1명은 국민의당이 추천하기로. 이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회 미방위를 중심으로 후임 인선을 추진했고, 최고위는 보류시킨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시민사회와 민주당 내 일각의 반발을 불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조기 대선 이전에 대통령과 여당 몫을 챙기는 상황이 예견됐기 때문에 여야가 현직 방통위원들의 임기를 대선 때까지 연장하도록 합의하고, 대선 이후에 바뀐 여야 지형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일괄해서 후임을 인선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선 이전에 위원을 임명하면 대선 이후 여야 추천 위원이 뒤엉킬 가능성이 컸다. 김재홍 위원 후임은 민주당이 추천할 수 있지만, 대선 이후 임기가 끝나는 고삼석 위원 후임은 대선 이후 야당이 추천하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용수 방통위 상임위원을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으로 임명하면서 방통위를 정부·여당 추천 3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하도록 돌려놓았다. ©네이버

황교안은 대선 전에 방통위원 ‘알박기’를 완료했다

예상대로 정부 여당은 방통위원 ‘알박기’에 나섰다. 3월 26일 임기가 끝나는 김석진 위원을 연임시키고, 4월 7일 신임 김용수 위원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3월 10일 직후에 강행된 일이라, ‘적폐세력의 알박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5월 9일 문재인 민주당 정부가 출범했다. 현재 방통위원회는 4월 7일 임기가 만료된 위원장, 민주당이 추천을 보류한 위원 1석이 공석인 채로 남아있고, 6월 8일 이후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고삼석 위원의 후임도 공석이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대선 전에 합의한 대로 고삼석 위원 후임은 국민의 당이 추천하고,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하며, 나머지 위원 1명은 민주당이 추천하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여당으로 위원장과 위원 3명을 지명 또는 추천할 수 있었으나, 합의 때문에 2명으로 줄었다.

지지부진한 제4기 방통위원회 구성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장에 대한 하마평은 무성하지만 인선이 여의치 않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추천위원회를 새로 꾸려 재공모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도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를 내정했으나, 종편채널에 출연하면서 내뱉었던 ‘부적절한 정치편향적’ 발언, 부산 민영방송 KNN 사외이사 재직 경력으로 인한 ‘결격사유’ 등으로 비판이 끊이지 않자 재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현재 정부·여당이 지명·추천하는 인선 작업도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알박기로 방통위에 입성한 김용수 위원을 지난 6일,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으로 빼냈다. 이 조치로 문 대통령은 방통위를 정부·여당 추천 및 지명 3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돌려놓았다. 방송 정상화 추진을 위한 절묘한 한 수다.

방통위는 기존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방송·통신 규제 관련 업무룰 통합해 2008년 출범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보수정권의 방통위는 ‘방송장악 전위대’, ‘종편사업 추진위원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라는 평가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4월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자유를 침해한 언론인 명단을 발표하며 ‘언론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 ©언론노조

방통위는 ‘방송장악위원회’, ‘종편방송추진위원회‘였다

그동안 방통위가 한 일은 무엇보다도 극우·막말 인사들을 무더기로 공영방송 이사로 임명하거나 추천한 일이다. 이를 통해 낙하산 사장을 전방위적으로 투입해 공영방송을 정권에 철저하게 종속시켰다. 이에 저항한 많은 언론인들이 부당해고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에는 날치기 통과된 미디어법을 근거로 종편채널 승인을 주도하고, 이들에게 황금채널 배정, must-carry 적용, 출범 초기 광고 직접영업 허용, 중간광고 허용, 방송통신 발전기금 면제 등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 이들이 언론 생태계에 미친 해악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왔다. 방송광고시장은 약육강식의 카니발리즘적 환경으로 바뀌어 방송산업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정통부 관료 출신들이 방통위를 장악했다

방통위 내부는 옛 방송위와 정통부가 통합되면서 정통부 출신 관료 집단이 장악했다. 실·국장 7자리는 모두 정통부 출신이 차지했고, 방송위 출신은 1명도 없다. 방송정책 상위직위까지 방송정책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방송위 출신은 소외되고, 정통부 통신관료들이 독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만든 미래창조과학부에서도 방송정책은 방송위 출신이 아니라 정통부 출신 관료들이 차지했다. 2012년에는 정통부 관료 출신인 신용섭 씨가 EBS 사장에 취임하기도 했다.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철학과 원칙, 방향성 없는 방송정책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방송은 통신과의 비대칭규제에 시달려야 했다. ‘방송통제·통신진흥위원회’에 다름 아니었다. 통신사에게 결합상품 판매를 허용해 방송이 통신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9개월 동안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KT·SK텔레콤이 통신상품을 결합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경품을 준 위법행위가 적발돼, 1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음에도 방통위는 이를 덮어버렸다.

©픽사베이

방통위 정상화는 시급한 공영방송 정상화의 첫 단추다

방통위는 ‘합의제’ 중앙행정기구다. 그러나 무늬만 합의제 기구일 뿐, 의결방식은 다수결로 구조화해 놓고 독임제 기구처럼 운영해 왔다. 위원장과 다수인 정부·여당 위원들의 독단적 행태가 늘 도마 위에 올랐다. 3대 최성준 방통위는 통신사들의 위법행위를 덮어준 것 외에는 도대체 한 일이 없다는 평가다.

방통위 폐지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은 개헌과 더불어 내년에나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관련 정부 조직 개편도 이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직 개편 이전에 ‘공영방송 정상화’는 시급한 과제다.

그 첫 단추가 방통위원 인선이다. 이는 다시 공영방송 이사회의 정상화와 사장 선임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정부·여당은 방통위 궐석 3인을 지명·추천해야 한다. 정치권과의 연줄이 아니라, 저널리즘 철학과 적폐청산 의지가 확실한 방통위원을 선임해야 한다. 너무 서둘러서도 안 되지만 너무 늦지도 않게, 그러면서도 탄탄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특별분과 위원

  전 <KBS스페셜>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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