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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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써보려 주제 넘는 단절로 며칠을 굳게 닫고 살았다. 안타까이 불러도 열리지 않는 비애에 바람은 그리도 창을 두드렸던 것일까. 쇠창살 같던 골방 창의 격자가 비로소 빈 원고지처럼 보이던 날, 나는 앞이 막힌 창을 열었다.

삭은 가지 같은 팔 뻗어도 온이 피지 못할 그 거리에 적갈색 벽, 넓은 등짝처럼 서있건만 그 좁은 틈으로 부스럭 부스럭 바람 타고 흘러오는 공사쟁이들 마른 빵 먹는 소리, 주린 입들 비닐과 맞닿아 다투는 소리. 생의 일렁임은 기어코 아지랑이처럼 올라온다. 창과 벽 사이를 찬찬히도 훑으며.

거짓글 쓰는 이 앞에 참으로 살아내는 사람들.

모든 미학이며 시편이며 글이며 그게 다 무어냐. 곯는 노동의 배 앞에 무쓸모인 것들. 마른 빵만도 못한 것들.

거리로 나서 본다. 꿈틀거리는 단세포 하나를 쥐며. 철필 속 잉크에도 저만의 효모가 있으리라 믿으며. 더 나은 것을 구워내 보려.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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