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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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거나 뛰지 말라는 경고에도 헐레벌떡 뛰어가던 그녀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마치 그것을 놓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잠시 멈춰서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의 눈빛을 따라가 보니 지하철 어플이 열려 있었다. 알록달록. 여러가지 색은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목적지까지 가려면 네 번의 환승을 거쳐야만 함을, 출근길 지하철에서 견뎌내야만 하는 고난들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안도했다. 난 한 번만 환승하면 되니깐. 

우린 일을 하기 위해 모여든다. 어떻게든 중심에 가까워지려고 애쓴다. 생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코 중심에 완벽히 진입할 순 없다. 잠시 그곳에 소속될 순 있지만 일이 끝나면, 저녁이 되면 우린 또다시 주변으로 밀려난다. 영원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순간일 뿐이다. 하지만 살기 위해 우리는 그 길을 나선다. 환승역이 많아지고 가야 할 거리가 늘어나지만 묵묵히 견뎌내야 한다. 출근길 그녀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 핸드폰이 아니라 삶이 아니었을까.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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