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으로 보는 금융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낙후된 미국 내 기반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 6월 6일 첫 작품으로 야심차게 발표한 분야가 공항관제업무였다. 그는 다른 나라 선진공항들은 GPS를 갖춰놓고 있는데 비해 미국 공항에서는 아직도 레이더에 의존하는 낡은 시설로 인해 안전을 해치고 시간을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최고의 관제시설을 갖추겠으며 나라의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자신의 성과를 자랑했다. 그러나 CNN방송에서는 이를 생중계하며 그의 발표는 간단히 말해 관제업무와 시설의 민영화 선언과 다르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를 지켜보며 우리나라의 민영화와 민자 사업에서 미숙했던 모습들을 살펴보려 한다.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에서는 기회가 될 때 마다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해왔다. 이들 국제기구는 비단 우리나라에 대해서만 그런 제언을 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 대해서도 그러한 제언을 일관되게 해오고 있다,

산업화의 역사가 비교적 짧고 민간자본의 축적이 충분하지 않던 상황에서 산업화초기 국영기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우리나라의 민영화 효시는 1969년 대한항공공사를 정부가 한진그룹에 매각하여 오늘날의 대한항공이 탄생하는 걸 들 수 있다.

민영화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기업이 민간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국영기업 매각을 통해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보충할 필요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족한 재정을 채워야 될 필요성에서 포스코나 KT 등의 민영화가 이루어졌다.

민영화로 주인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뀐 기업들은 두 가지의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대한항공, SK에너지(구 대한석유공사, 약칭 유공) 등 확실한 주인이 있는 민영화와 KT, 포스코, KB금융을 포함한 민영화된 은행들처럼 지배주주가 없는 민영화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산업 각 분야마다 정부의 입김이 강하기로 알려진 우리나라에서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가 CEO 임명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영화된 기업 수장이 정권과 코드가 맞느냐에 따라 바뀌어 온 역사는 잘 알려졌다. 달리 말해 주주가 결정할 대표이사결정권을 아무런 권한도 없는 정부가 뒤에서 조정하는 형국이니 민영화된 기업들이 시장원리에 따른 운영에서 멀어질 위험을 지고 있는 어중간한 상태의 민영화다.

서울지하철 9호선

민자 사업에 대한 법령은 1994년 도입되었지만 민자 사업이 우리나라에서 활발해진 시기는 외환위기 직후부터이다. 민자 사업이 도입되고 상당기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민자 사업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못했거나 편하게 해석하여 최근 그 후유증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지하철 9호선과 인천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이다. 운임인상을 둘러싼 우격다짐 끝에 지하철 9호선사업은 원래의 사업자로부터 새로운 투자자로 사업자가 넘어가는 곡절을 겪으며 초기 민자 사업에서 무엇이 간과되었는지를 국민들한테 잘 알려주었다.

민자 사업에 대한 유인책으로 민자 사업에서 최소 운영수익보장이란 당근을 민자 사업 참가자들에게 주었다. 민자 사업이 준공된 후 운영수익이 약정된 최소수익률에 미달하면 해당 정부기관에서 차액을 메워주게 계약이 되어 있다. 또 최소보장수익률도 외환위기직후의 높은 금리를 감안하여 설정되었다. 그러다 보니 민자 사업에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높은 수익을 보장해주면서 위험도가 낮은 투자를 찾기 어렵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도 투자할 재원이 부족하면 주로 채권을 발행하여 재원을 조달하는 정부주도의 투자방식만 알고 있다가 새로운 방식에 끌렸다. 대학연구소 등에서 만들어준 사업성검토서상으로는 사업자체의 수익성이 좋게 작성돼 정부가 부족한 수익을 채워줄 부담이 없다는 설득을 맹신했다.

둘째는 최소수익보장상 메워줄 금액도 있는지 없는지 확정되지 않다보니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절차도 상당히 가벼웠다. 그러다 보니 최소수익률보장이란 실제 작동할 계약상의 의무라기보다는 요식적인 구절로 간주하여 상당히 높은 보장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았다.

이제는 과거의 실수를 거울삼아 최소수익보장에서 위험공유로 바뀌어가고 있다. 당연히 민간투자자의 투자가 이제는 얼어붙어간다고 한다. 민간투자자입장에서는 과거 민자 사업과는 달리 사업성이 좋다고 확신할 만한 소수의 사업에만 관심을 보인다.

민영화에서나 민자 사업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유일한 길은 없다. 민영화를 시켰으면 그 목적이 이뤄지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민자 사업에서는 당장 눈앞의 편리함만 따라 의사결정을 하면 그 대가는 장기간에 걸쳐 치름을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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