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의 중국이야기]

세상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등용되고 그들의 이름이 회자되면서 새삼 사람들의 처세와 사는 법에 대해 말들이 오고 간다. 학계에서 정치계로 입신하는 소위 ‘프로페서(professor)’나 언론계에서의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등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신조어이다. 정치하는 사람 중에서도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어느 시골의 토담집에서 은거하며 때를 기다린다던지 아니면 낙향하여 아예 기존의 세계랑 연을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철새라는 소리를 감수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사람도 있다. 세상이 이들을 바라보는 눈 또한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양해진다. 공자야말로 출세를 위해 세상을 돌아다닌 첫 폴리페서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사는 법, 각자의 생각이 있고 소신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인생관과 진정한 속셈은 당사자가 아니면 참 알기가 어렵다.

중국 역사에서 혼탁한 세상을 멀리하고 유유자적하게 삶을 즐긴 대표적인 사람들로 죽림칠현(竹林七賢)을 꼽는다. 이들은 중국 위(魏)나라와 진(晉)나라의 정권 교체기 시절 부패한 정치권력에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여서 거문고와 술을 즐기면서 청담으로 세월을 보낸 7명의 선비를 가리킨다. 혜강, 완적, 산도, 향수, 유령, 완함, 왕융이 그들이다. 속세의 권력과 물욕을 멀리한 채 청산에서 신선과 같은 삶을 살았다고 전해지는 이들도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후 이들의 세상 보는 눈과 살아가는 방법은 다 달랐다.

혜강(嵆康:224~263)이 그래도 가장 죽림칠현다운 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관직생활을 하다가 사마씨가 집권하자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산도에 의해서 천거되었으나 이를 거절하였다. 이후 미움을 샀던 사마소에 의해 참형 당한다.

완적(阮籍:210~263)은 벼슬길에 올랐다가 바로 낙향하여 술과 시로 세월을 보냈으나 사마소의 총애를 받아서 꾸준히 관직을 유지했다.

산도(山濤:205~283)는 정권교체기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79세의 장수를 누리다가, 진나라 원훈(元勳)으로서 죽었다. 사마소에게 천거되면서 죽림칠현 해체의 계기가 된다. 사마소와는 먼 친척으로 삼공의 하나인 사도의 직위까지 오르고 죽림칠현의 상당수를 천거하여 관직에 오르게 한다.

향수(向秀:미상)는 뛰어난 학자였으나 권력을 위해 변절한 선비라는 평을 듣는다. 혜강을 처형한 사마소에게 의탁, 관직에 올랐다.

유령(劉怜:미상)은 세상을 퍼마신 술꾼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술에 관한 많은 일화를 갖고 있다. 그 역시 관직에 올라서 죽림칠현의 일원인 왕융이 장군을 지낼 때 건위참군으로 일했다. 사마소에게 도가정치를 권유했다가 무능하다고 찍혀서 낙향 당했다. 이후 술만 마시다가 인생을 마감했다.

완함(阮咸:생몰년 미상)은 완적의 조카로 역시 산도의 천거를 받아서 이부령이 되면서 관직에 올랐다. 대충 대충인 성격에 술을 좋아해서 평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왕융(王戎:234~305)은 권력과 부귀만을 쫓는 속물로 후대에 죽림칠현에서 제명된 인물이다. 진나라 시대까지 장수했으며, 인색하여 밤낮 돈 계산을 했다고 전해진다. 종회의 추천으로 관직에 올랐으며, 산도와 마찬가지로 벼슬이 삼공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들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한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픽사베이

이렇듯 한때 뜻을 같이한 동지들이었으나 그들의 세상사는 법은 판이했다. 이와 함께 이들을 보는 세상의 눈도 이들이 걸어간 인생의 굴곡만큼 다양하다. 권력과 타협하지 않은 사람들, 기성 정치체제에 순종하기를 거부하고, 자유롭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자라는 평이 있다. 혜강을 처형한 사마소 밑에 들어가 벼슬을 했던 향수를 평생 죽은 친구를 잊지 못해 가슴아파했던 사람으로도 평가한다. 가장 순수했던 청년이었기에 가장 돈과 권력을 밝힌 장년이 되었다는 것은 왕융에 대한 평가다. 이들 모두는 당시 지식인층에서 수용할 수 없는 독특한 향기와 색깔을 갖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편 이들을, 사람들을 기만한 속물로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목적을 가지고 행동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은거 기간은 길지 않았고, 이들이 출사권유를 거절한 것이 유명할 뿐이지, 실제로는 출사한 적이 있거나 대부분 출사한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왕융은 재물 축적에 탐닉했고, 산도는 혜강을 죽인 사마씨 정권에 의탁하여 벼슬을 했으며, 완적 역시 사마씨 정권의 비호를 받은 바 있다.

모름지기 권력이나 금력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기 어려운 게 인지상정이다. 죽림칠현 또한 세속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으나 결코 세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고들 한다. 최근 입신양명의 문턱에서 자신을 변명하고 대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물론 그들의 사는 법을 무턱대고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의 리더로서,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되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사람들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함기수

 글로벌 디렉션 대표

 경영학 박사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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