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매년 10월 고양시에서는 막걸리 축제가 열립니다. 전국의 막걸리를 고루 맛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동막걸리에서부터 덕산 지평 가평(잣) 공주(밤)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종이 소주컵으로 나눠주는 ‘시음 막걸리’만 마셔도 얼큰해집니다.

보리고개 넘던 시절엔 쌀로 막걸리를 못 담그게 했습니다. 밀주단속을 엄하게 했죠. ‘먹을 쌀도 없는데 술이 웬말이냐?’란 게 규제논리였습니다. 쌀이 남으면서 규제가 풀리기 시작해 이젠 농촌에서도 더 이상 밀주의 유혹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고양시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는 배다리 막걸리로 유명합니다. 배다리는 술도가가 있던 고양시 주교리의 옛 지명으로 한강이 홍수로 범람하면 물이 들어와 나룻배를 여러개 놓아 다리삼아 건넜다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그러다가 배주(舟) 다리교(橋)란 한자어를 따 주교(舟橋)리로 다시 태어난 곳입니다.

풍부한 탄산에 목넘김이 좋아 서민들이 즐겨찾는 우리의 전통술, 막걸리. 요즘엔 어느 고장이나 지역 특산 막걸리가 있습니다.

막 걸러서 막걸리라고 불렸다는 우리의 농주.

막걸리 ‘막’의 뜻 해석엔 ‘거칠게’ 걸렀다는 ‘막’과 ‘지금 막’ 걸렀다는 뜻(시제)의 ‘막’이라는 양설(兩說)이 존재합니다. 술도가를 하시는 분이나 막걸리 애호가들은 이제 막 거른 술이라는 뜻이며, 신선하다는 의미에서 막걸리로 불렀다고 주장합니다.

막걸리가 숙성되면 걸름망을 놓고 거릅니다. 망태라고도 하죠. 그리곤 먹기 좋게 물을 타 알코올 도수를 맞췄습니다. 물타기 전의 원액 막걸리를 ‘모래미’(일본말로 추정)라 했습니다. 얼기설기 만든 걸름망으로 ‘거칠 게 걸렀다’해서 ‘막걸리’로도 불렸던 겁니다.

선도 유지차원에서 바로 걸러 먹었던 점에 비추면 어원과 관련해서는 양시(兩是)가 성립된다 하겠습니다. 막걸리가 전통주로 사랑받는다는 점에선 기왕지사 ‘이제 막 거른 신선한 술’이라는 의미부여가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슐을 거르는 데 쓰던 망태 ©동이

'이제 막'이라는 ‘막’과 유사한 우리 말로 ‘갓’이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 ‘갓 시집온 색시’에서 보듯 ‘갓’은 ‘시간적으로 얼마되지 않은’이란 뜻이죠.
이 ‘갓’의 뿌리는?
색시와 신랑을 뜻하는 옛말 가시버시에서 왔다는 게 통설입니다.

가시는 색시, 버시는 신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죠. 가시>각시가 되고 새+각시>새각시>새악시>색시로, 또는 새 가시>새 아시>색시가 됐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각시는 우리의 옛말 ‘가시에서 바뀐 것이요. 이 말은 갓(처)+이(서술형 어미)의 어형이 굳어진 명사로서 더 거슬러 올라가면 ‘갓’으로 써서 아내를 뜻하는 말로 나타냈다.”(우리말어원연구/최창열)

지금도 일부 지방에선 각시라고 부릅니다. 각시투구꽃이나 각시탈, 꼭두각시에 ‘각시’가 토종어로도 살아있습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장인을 가시아비, 장모를 가시어미, 시아버지는 버시아비, 시어머니는 버시어미라고도 불렀습니다.

‘갓이 낳은 애’에서 갓난애>간난애>간난이 등등으로 변이가 일어나는 한편 의미변화까지 생겨 ‘갓이 낳은’이 ‘이제 막 낳은’이란 뜻으로 말쓰임 폭이 넓어진 게 아닌가 합니다. 즉 명사 ‘갓’이 ‘이제’ ‘막’이란 시제를 담은 부사로도 바뀐 걸로 추정되죠. 

위치를 의미하는 ‘꼭두’(꼭두쇠, 꼭두각시)가 시간을 의미하는 ‘꼭두’(꼭두새벽)로도 바뀌고 거리를 뜻하는 ‘참’(역참)이 시간을 뜻하는 ‘참’(한참)으로도 의미변화가 일어난 것과 맥락이 같다 하겠습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