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심화의 세상읽기]

필자는 일찍이 저서 ‘빙의’에서 박근혜 정권의 탄생을 예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엔 비선 측근을 멀리 하지 않으면 화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해 줬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올해 정유년(丁酉年)의 대한민국은 420년전 정유재란을 다시 맞이한 형국이다. 재란(災亂)의 시작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다. 병신년 이후부터 나라의 기운이 쇠하고 대통령이 환란에 처하게 돼있다.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2016년이 병신(丙申)년이요, 탄핵파면이 이뤄진 날이 정유년 계묘월 병신일이다. 5월 9일 대선일 역시 병신일이다. 병신일은 불로 금을 녹이는, 불행한 날이다. 올해 정유년은 유금(酉金)으로 쇠붙이와 쇠붙이가 싸운다. 하나의 전쟁, 그런 점에서 정유재란과 다를 바 없다.

정치스님이라 불러도 좋다. 이 글은 탄핵 전후와 대선, 그리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보수정치의 행태를 보고 쓰는 글이다.

‘빙의’ 작가이자 법성종 종정인 묘심화 스님.

2017년 6월 현재 대한민국의 보수는 없다.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은 결과다. 보수 스스로 시정잡배의 모습을 보인 탓이다. 

결과는 예고됐다. 4.13총선을 보라. 국민은 양대 정당과 정부에 총체적 불신을 표출했다. 과반 이상의 의석을 보유하던 집권여당을 원내 제2당으로 전락시키고 급조된 신생정당을 원내 제3당으로 끌어올렸다. 여당은 표심과 관계없이 무소속 의원을 영입, 과반 미달의 인위적 1당을 만드는 촌극까지 연출했다. 준엄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함에도 보수는 이해득실과 당내 파벌싸움에만 몰두했다. 멸사봉공의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정당이 돼야한다는 기본적 존재이유마저 저버린 채 선수(選數)채우기에 급급하는 이권조직이 돼버렸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전후와 대선국면에서 친박세력이 보여준 행태는 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유력주자들이 모두 나가 떨어지고 능력과 자질을 검증할 틈도 없이 황망한 틈에 홍준표 후보를 급조해서 나가야 했다. 사실 승산없는,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나마 ‘홍준표니까 독고다이 기질’로 그만큼 해낸 것이다. 모래시계 검사는 10% 아래에서 시작해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2위로 역전, 그나마 체면을 유지했다.

그러나 정권은 넘어갔다. 이제 보수는 19세기 영국의 자유당처럼 군소정당으로 전락, 자칫 명맥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처지가 됐다. 지금 대한민국 보수의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기능은 더 이상 작동되지 않고 있다. 국민 역시 반성도, 사명감도, 능력도 없는 보수에 대한 기대를 접어버렸다.

보수가 지리멸렬하는 한 다음 정권도 또 진보다. 내 눈에 보인다. 새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보수에겐 불행한 일이 되겠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이어 문재인·제3의 진보정권으로 이어지게 돼있다.

자유한국당에 국한해 얘기하자면 지금 필요한 건 완전 물갈이다. 빠를수록 좋다. 그게 장차 살 수 있는 길이다.

개인적으론 당내인사 중 홍준표 같은 인사만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도려내고 새 피를 수혈해야 보수에 길이 있다. 친박 등 패거리 사리사욕의 정치꾼은 뿌리째 뽑아야 한다. 그리고 새 보수를 세워야 한다. 마음이 여린 사람은 못하게 돼있다. 그런 면에서 기대를 건다. 대선국면에서 홍준표 후보가 박근혜 정권의 파멸을 이끈 인사들을 정략적으로 껴안았지만 계속 껴안고 갈 수는 없다. 가서도 안된다.

‘청소부 역할’을 할 주체세력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쓴 소리를 멀리하고 달콤한 속삭임을 가까이 할수록 보수의 재건은 그만큼 멀어진다. 이제라도 소신의 정치, 새 정치를 보여줄 인재를 길러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마저 끼리끼리 나눠 먹는다면 이어지는 총선에서 국민들은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다. 총체적 불신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사리사욕과 패거리정치로 일관한다면 보수에게 희망은 정말 없다.

자칫 국민들이 기대를 완전히 포기하는 ‘정치혐오 증후군’이나 기존 정치권의 변혁을 위해 과감히 저항하는 ‘정치저항 증후군’을 급속히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치혐오 증후군은 많은 국민으로 하여금 망명(exodus)을 추구하게 하거나, 또는 무정부주의자(anarchist)로 만들 수도 있다. 정치저항 증후군은 비폭력 시민저항(civil disobedience)을 일상화하게 할 수 있다. 상당수가 폭력적 저항자(terrorists)로 변신할 위험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에서 이러한 증후군으로 탈북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시민저항의 전조(前兆)인 면종복배(面從腹背)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하지 않고는 정권을 다시 가져오기 어렵다. 보수가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혁신적 보수가 탄생해야 한다. 깨끗해야 한다. 공복으로서 나라를 위해 애국애족하는 마음을 가진 인재, ‘아닌 건 아니라고 고언할 줄 아는’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강장밑에 약졸없다. 새 리더는 쓴소리하는 이들을 길러야 한다. 손실의 정치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의 체면을 그나마 유지해준 인물이 남재준 후보다. 남 후보의 홍준표 후보 지지 뒤에는 안홍준이란 인물이 있었다. 나는 3선 의원 출신인 안 전 의원 같은 정치인이 보수 재건에 크게 일조할 인물이라 본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상술하고자 한다. [오피니언타임스=묘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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