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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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처음 자격증을 취득했다.

당시에는 컴퓨터 하나만 잘해도 먹고 산다는 괴소문이 떠돌 때였다. 그래서 무려 컴퓨터 자격증만 3개를 취득하고, 프린트 드라이버 설치도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취득한 자격증이 5개가 넘는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각종 수료증 및 학위 취득에 목숨을 걸기 시작했다. 자기계발 담론이 제공하는 환상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해버린 것이다.

자아는 종적을 감추었고 세상이 원하는 모습대로 인간개조가 완성되었다. 이제 와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슬그머니 주장해보자니 죄를 짓는 것 같아 이내 포기해버렸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지시만 받다가 20대는 저만치 도망갔고, 매달 먹고사는 문제로 생존게임 하다 보니 30대 또한 비탈길을 타기 시작했다. 분명 세상이 들이민 기준에 따르며 생존 영역에 진입했지만, 허우적대는 낙오자들이 부러운 것은 어떤 이유일까. 아니, 오히려 저들은 스스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며 나를 볼 때마다 측은해할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내 자신에게 지은 죄를 아름답게 참회하면 어떨까. 자아를 되찾고 성찰적 내면을 회복하는 것. 이를 통해 내 인생은 더 이상 전시의 소유물이 아니라 생기 있는 실존 그 자체로 승화될지도 모른다.

나는 더 이상 괴물이고 싶지 않다.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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