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의 좌충우돌]

‘6.25 한국전쟁’의 휴전협상이 마무리되던 1953년 5월, 백선엽 육군 참모총장은 미국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한다. 그는 거기서 일정에 없던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을 면담하게 된다. 백 장군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폐허가 된 한국을 위해 ‘상호방위조약(Mutual Defence Pact) 같은 것’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한다.(「군과 나(6.25 한국전쟁 회고록)」, 백선엽, 시대정신, 2016,4) 이것이 1954년 11월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출발점이었다.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 공격정찰 헬기 모습.

한미동맹 잘못하면 깨질 수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이후 양국의 강력한 군사동맹으로 발전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강력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한미 군사동맹 덕택에 우리는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안보를 보장받았고, 눈부신 경제발전을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우려이다. 사드는 한·미 정부의 합의에 따라 지난 4월 경북 성주에 배치되었는데, 새 정부가 환경평가 누락이란 절차상 문제를 들어 발사대 4기의 배치를 보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긴박한 한반도 정세를 감안한다면 다량의 사드를 배치해도 환영해야 할 한국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미 민주당 딕 더빈상원 원내총무)

다가오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북핵문제와 더불어 사드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갖다놓은 사드를 절차의 문제를 들어 배치를 늦추는 데 대해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understand), 존중한다(respect)’고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동의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사드의 향방은 어찌 될까? 대략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 한국정부 뜻대로 환경평가를 거쳐 내년에 배치되든지, 둘째 미국 측 요구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 배치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당황스런 일이다. 양국정부가 ‘투명한 절차’를 밟아서 결정된 사항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뒤집는 것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양국 신뢰에 일정 부분 금이 가는 건 불가피하다. 그리고 일단 신뢰가 깨지면 다시 복원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더 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 번째는 환경평가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그렇게 되면 사드 배치를 무효화 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미국의 사드철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아주 심각해진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수단이 없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만일 미 지상군이 철수하게 되면 한미동맹은 심각하게 흔들리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의 안보상황은 한층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한 상태에서 북한의 공격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 있으면, 미국은 전쟁에 자동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미군이 철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동맹관계가 유지된다 해도 ‘자동개입’은 힘들어진다. 미국이 참전하려면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것이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게 될까? 신뢰가 깨진 한국에 미국의회가 신속히 참전을 결정할까?

주한미군이 없는 상태라면,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을 한층 더 강화해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한국에 대해 점점 더 고자세를 취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미래의 어느 날, 일본이 강력한 해군으로 독도를 전격적으로 점령하려 할 때, 우리가 일본 해군과 맞서 싸워서 독도를 방어해낼 수 있을까? 이 때 미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사드문제는 단순히 방어무기체계 하나를 미국으로 되돌려보내는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이다. 한반도의 앞날을 결정하는 중대한 단초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칫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빼는 명분을 제공할 수도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고, 북한은 남한에 대해 핵을 무기로 협박을 강행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흔드는 결정을 내리면 안된다. 한미동맹은 우리가 북한의 핵도발을 자력으로 억제하고,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스스로 우리를 지켜낼 수 있을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배치를 둘러싼 양국 정상간 이견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오피니언타임스=맹정주/블로그]

 맹정주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전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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