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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골공예의 백미, 화문석(花紋席)[이종원의 프리즘 속 세상]
이종원 | 승인 2017.06.28 16:42

본격적인 장마를 맞아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요새 사람들은 에어컨이나 선풍기 앞에서만 더위를 피하려고 한다. 어릴 적 여름풍경은 달랐다. 마루에 깔린 커다란 돗자리에 온가족이 둘러 앉아 얼음을 바늘로 쪼개어 설탕가루와 함께 휘휘 저어 한 사발씩 나누어 마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흔히 돗자리라고 불렀던 화문석(花紋席)이 집집마다 한 개쯤은 있었던 시절이다.

화문석 짜기는 왕골 쪽을 나무로 만든 자리틀 위에 하나씩 놓고, 날실이 감긴 고드랫돌을 넘겨가며 세로로 감아서 완성한다. ©이종원

인삼과 함께 오랫동안 강화도를 대표해온 특산물인 화문석. 지난 60~70년만 해도 강화도 아낙네들은 고드랫돌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한올한올 왕골을 엮어서 화문석을 짰다. 지금은 ‘화문석마을’ 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종원

강화의 최북단 송해면의 강화화문석마을에서는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아 화문석 짜기가 한창이다. 미리 묶어둔 날실이 감긴 고드랫돌 200여 개가 나무로 만든 기다란 자리틀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이종원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짜는 이의 솜씨에 따라 화문석 틈새의 촘촘함이 결정된다. 고미경 (화문석기능전수자)씨가 왕골 쪽을 틀 위에 하나씩 놓고 고드랫돌을 넘겨가며 세로로 감는다. 씨줄과 날줄이 얽히듯 엮이며 돗자리 모양의 화문석이 만들어졌다.

돗자리를 엮을 때 날을 감아 매어 늘어뜨리는 ‘고드랫돌’을 넘기는 솜씨에 따라 화문석 틈새의 촘촘함이 결정된다. ©이종원

강화에서 태어난 고 씨는 어릴 적부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평생 화문석을 짰다. 그는 “혼자 만들면 꼬박 보름 걸리고 세 명이 함께 만들어도 일주일은 걸린다”고 말했다. 화문석 한 장에 60만 번의 손길이 간다는 옛말이 절로 수긍된다.

©이종원

왕골이라 불리는 완초(莞草)가 화문석의 재료다. 벼처럼 4월 못자리에 씨를 심고 5월 하순 논으로 옮긴 후 8월 이전에 수확해 바로 말린다. 널어서 말린 다음, 줄기는 3등분한다. 정교하고 섬세한 수공예품인 화문석의 진가(眞假)는 완초 하나하나가 드러내는 문양에서 발휘된다.

©이종원

문양을 만드는 완초는 염색약과 함께 끓는 물에 넣어 색을 입힌다. 원앙을 비롯한 길조나 매화, 나비 등이 새겨지며, 장생(長生)을 상징하는 학, 거북이, 소나무가 화려하다.

문양을 만드는 완초는 염색약과 함께 끓는 물에 넣어 색을 입힌 후 작업을 한다. ©이종원

화문석은 용도 또한 다양하다. 마루나 방안에 깔아놓으면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 되고, 일하는 곳에서는 유희(遊戲)의 장이 된다. 또 세속적인 공간에 자리를 까는 것만으로도 제사를 모시는 성역(聖域)으로 변모한다.

화문석의 재료인 왕골의 수확 장면. ©강화군청

오늘날 화문석이 쇠퇴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일일이 손으로 짜는 완전 수공예품이므로 비싼 인건비가 걸림돌이다. 더욱이 저품질 싸구려 화문석이 수입되면서 경쟁력이 한층 떨어졌다.

수확한 왕골은 가지런히 잘라서 묶은 후 연탄불을 지펴서 말린다. ©강화군청

강화군은 화문석 부흥을 위해 화문석문화관을 만들었다. 방문객은 체험학습장에서 고드랫돌을 넘겨가며 화문석을 짜 볼 수도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옛날에 사용했던 돌로 만든 고드랫돌. ©이종원

우리 살갗에 잘 맞는 토종 깔개로서 자연친화적인 화문석.

강화화문석문화관에서 관람객들이 화문석기능전수자들의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이종원

시대와 상황이 변해도 화문석의 곱고 정교한 자태는 여전하다.

강화장의 명맥을 잇고 있는 전통시장인 강화풍물시장에는 화문석을 판매하는 상점이 모여 있다. ©이종원

화문석이 깔린 대청마루에 누워서 한여름 밤의 별을 헤며, 선인들의 여유로운 지혜와 멋을 느껴보자. [논객닷컴=이종원] 

 이종원

 서울신문 전 사진부장

 현 서울신문 사진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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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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