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멍멍멍]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라이브 무대의 뜨거운 열기는 음악과 일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계속하는 밴드들이 있기에 유지되고 있다. 2014년 문체부가 발표한 ‘대중음악산업 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프리랜스 뮤지션 중 음악 활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67.3%) 음악 외의 일로 돈 버는 사람(76.9%)이 더 많았다. 음악으로 돈을 벌더라도 그중 71.7%는 월 수입이 100만원 미만에 그쳤다. 오히려 음악 외 활동으로 100만원 이상을 버는 뮤지션이 72.4%나 됐다.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밴드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송에 출연하고 음악상을 받은 뮤지션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아즈버스 : 어떤이의 꿈

KBS에서 방영된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탑밴드3>의 8강 무대 미션은 《단 한 사람을 위한 무대》였다. 이 무대에서 밴드 아즈버스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이의 꿈’을 편곡해 불렀다. 회사생활과 음악을 병행하는 보컬 우주 스스로를 위한 무대인 동시에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비슷한 환경의 인디밴드들을 위한 노래였다. 2014년 K-루키즈에서 우승, 2015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참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에서 게스트로 공연을 하기도 한 밴드지만 우주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혹 꿈을 꿀 수 없는, 음악을 포기해야만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덜컥 겁을 먹기도 한다.

어떤 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고
어떤 이는 꿈을 나눠주고 살며
다른 이는 꿈을 이루려고 사네
나는 누굴까 내일을 꿈꾸는가 혹 아무꿈
봄여름가을겨울 <어떤이의 꿈 中>

음악과 회사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 ⓒKBS TOP밴드3 화면 갈무리

중식이밴드 : 여기 사람 있어요

중식이밴드는 2014년 제1회 한국인디뮤지션대상 금상, 2014년 제4회 전국오월창작가요제 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면 지하철 공사를 하기 위해 배관 위를 오른다. 수상 경력이 생계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차가 끊기고 시민들이 밖으로 다 나온 밤이 되면 닫힌 셔터 안으로 들어가 일을 하고, 첫차가 뜨면 일을 마치고 나온다. 그리고 여기 사람이 있다고 노래한다. 어쩌면 울부짖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 사람이 있어 무너진 건물 당신 발 밑에
그 아래 난 살아 있죠 부서져 좁은 텅 빈 공간에
날 살려 줘요 제발 살려 줘요 제발 이 어둠이 싫어요
날 꺼내 줘요 제발 꺼내 줘요 제발 난 숨이 막혀요
중식이밴드 <여기 사람 있어요> 中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는 담담하게 괜찮다 대답하며 일을 할 뿐이었다. ⓒMBC 다큐스페셜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한 고민들

오죽하면 곰사장(고건혁 대표. 곰을 닮아 곰사장이라 불린다)은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살릴 모토로 ‘붕가붕가 레코드’를 설립한다. 자신의 음악을 온전히 표현할 가능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생계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딴따라질을 해보자는,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직접 공 CD를 구워 종이 케이스에 담고, 스티커를 붙여 판매한 <싸구려커피>가 대박이 나면서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스타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가진 독특함과 창의성을 그대로 담아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SNS와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같은 미디어의 파급력이 없었다면 장기하는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재능, 실력, 기회, 시기가 모두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기하의 성공은 특이케이스일 뿐 다른 밴드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인디씬은 아직도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하지만 개인이 노오-력해서 각자 돈을 벌고 각자 시간을 짜내서 연습하고 공연하는 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수도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밴드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문체부 <대중음악산업 실태조사보고서>

그 와중에 지난 6월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칭)홍대 앞 인디페스티벌 개최 지원 사업공고를 내놓았다. 인디음악 재활성화를 위해 홍대 인근에서 활동하는 인디 음악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을 개최하겠다는 것이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라이브 클럽 협동조합, 뮤지션유니온, 서교음악자치회, 잔다리페스타,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롤링홀 등 인디밴드 관련 단체들은 공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규모 페스티벌은 이미 어러 곳에서 개최되고 있고, 국가가 주관하는 페스티벌이 하나 늘어난다 해서 인디밴드들의 자립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문체부는 이런 입장을 받아들여 6월 23일 수정된 사업 공고를 내놨다. 하지만 홍대 인디씬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형태 가능, 홍대 음악클럽 기획공연 지원 및 공동 마케팅 관련 사업 등으로 사업 개요를 추가, 변경한 것을 제외한 큰 변화는 없었다. 이에 관련 단체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했으나 근본적 문제와 한계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판단하여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와 공모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실효성있는 지원사업과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론회를 개최키로 했다.

인디씬과 우리 사회의 반복되는 문제

문화의 다양성 파괴
문화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 부재
홍보성, 일회성에 그치는 국가 주도 행사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

인디밴드의 문제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다. 농촌지역에서 반짝하고 사라지는 행사들, 프렌차이즈에 밀려나는 동네 상권들. 기시감이 든다. 그래서 인디씬은 5억원에 달하는 정부 지원금 앞에서도 공모에 거부한다. 그간 많은 실험과 고민을 반복하며 일회성 축제는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단순한 민원이나 발목잡기로 생각하지 않고 이해당사자와 함께 장기적이고 실효성있는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가 주도의 일회성 행사에 남는 거라곤 몇만명의 관객이 모였고, 몇 팀의 밴드가 섭외되었다는 천편일률적인 보도자료뿐이다. 보여주기식 행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곳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그들은 정말 음악이 하고 싶어서 투잡을 뛰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과 음악을 병행하면서도 인디씬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경험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 열정을 오롯이 음악에 전념할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이 만들어진다면 홍대 앞은 세계 음악문화의 중심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광호

 똑같은 사람이 될 것만 같은 두려움에 글을 씁니다. 게임 좋아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