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1890년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처음 입법화된 최저임금제는 이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열악한 작업장에서 착취 당하는 노동자들을 최소한이라도 국가가 보호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 됐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경제적 발전을 이룬 많은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부와 소득의 양극화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의 착취 여부를 떠나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관심을 더욱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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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경제개발초기 최저임금제 도입이 보류되다 민주화의 문이 열리며 198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해 이제 거의 30년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그리고 사용자위원측이 각기 9명씩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다음해에 적용할 최저임금인 시급을 정한다.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는 4월 6일 1차 전원회의를 소집한 이후 7월 5일 8차 전원회의를 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위원회는 최저임금을 심의하기에 앞서 최저임금의 이해당사자의 한 축인 청·장년 근로자와 다른 한 축인 편의점 및 주유소 업주, 아파트 입주자 대표자들과 만나 건의 사항을 경청했다고 한다. 최저임금 적용으로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인 사용자가 자본이 튼튼한 재벌이 아니고 대부분 영세한 자영업자라는 사실이 문제를 풀기 어렵게 한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금년도 최저임금위원회도 8차 전원회의 후 파행을 맞고 있다. 열악한 업종으로 알려진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일반음식점업, 택시업, 그리고 경비업의 8개 업종에 적용할 최저시급 인상률을 낮춰 잡도록 하자는 건의안이 8차 회의에서 부결되자 소상공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사용자위원 4명이 참여중단을 선언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함에 있어 위원회 산하 생계비전문위원회와 임금전문위원회에서 만든 1)근로자생계비 2)유사근로자임금 3)노동생산성 4)소득분배율 등의 통계지표를 활용한다고는 하나 근로자측 위원과 사용자측 위원이 제시한 인상률을 놓고 줄다리기 하다 공익위원들이 그 중간선에서 타협을 끌어내는 방식이 지난 30년간 반복되다시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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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올라간다고 이를 적용받는 근로자에게 마냥 유리하지 않다는 건 근로자나 사용자 측이 다 알고 있다. 최저시급이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면 한계선상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거나 근로사용시간을 줄여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6월26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최저임금 인상이 시애틀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란 제목의 기사는 이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워싱턴 주립대의 연구에 의하면 2016년 시애틀시의 최저시급이 11달러에서 13달러로 인상된 후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은 6.6% 감소했다고 한다. 시급은 올랐으나 근로시간이 9%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저임금도 지역마다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최저시급 중 높은 쪽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연방정부의 최저시급은 7.25달러이고 이보다 높은 시급이 적용되는 주는 2016년 10월 현재 29개 주에 달한다.

영국의 경우 나이와 함께 경력직 여부에 따라 다른 시급이 적용된다. 예컨대 1년 이상의 경험자로 25세 이상이면 7.5파운드를 받지만, 18-20세이면 5.6파운드 그리고 무경험자로 1년차 이면 3.5파운드에 그친다.

최저임금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지난 30년간 예측모형을 만들어 발전시켜왔다면 어느정도의 인상률이 적정 수준인지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노사 양측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모형을 통해 각종 시뮬레이션을 해가며 최저임금인상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제라도 최저임금을 올리는 정도에 따라 얼마만큼의 일자리가 어디서 줄어드는지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검증해가며 보다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해내기를 기대한다.

또한 미국이나 영국처럼 지역별, 연령별 차등도 검토해 볼만하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생계비도 크게 다르고 일자리수도 크게 다른데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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