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칼럼]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잊혀질만하면 나오는 ‘회장님들의 갑질횡포’가 또 터졌습니다. 이번에도 운전사 폭언입니다. 중견 제약업체 종근당의 이장한(65) 회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회장 운전기사로 일했던 장모(46)씨는 “이 회장이 기사들에게 폭언을 하고 조수석을 발로 차는 등 갑질이 극심했다”며 녹음파일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파일에는 이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욕설하며 다그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회장은 인격적으로 대해달라는 운전기사의 요구에 “이 XX가 대들고 있어 이게... 주둥아리 닥쳐~XXX야~내가 71년도 면허(취득자)야.”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운전기사가 공개한 녹음파일에서는 “너는 생긴 것부터가 뚱해가지고 자식아. XX같은 XX, 애비가 뭐하는 놈인데...” 등의 막말폭언을 합니다.

기사들은 이 회장에게 “욕하지 말아달라” “인격적으로 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회장은 “인마는 욕이 아니야~” “나이 많은 사람이 가르쳐주면 손해 볼 것 없잖아”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야 XX 참 거~ 운전하기 싫으면 그만둬 자식아!” “시끄러워 임마!!!” 등등... 운전기사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합니다.

장씨는 “23년간 운전기사로 일하며 많은 분들을 모셨지만 이 회장의 갑질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두달 만에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7㎏이나 빠지고 응급실에만 두번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나를 포함해 지난 1년여간 이 회장의 운전기사 5명이 퇴사한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 폭언이 알려지가 SNS엔 비난댓글이 폭주하고 종근당 주가하락과 함께 종근당 홈피가 한때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이 회장은 녹음파일 공개 하룻만인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종근당빌딩 15층 대회의실에서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일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켜 사과한다”며 “본인의 불찰로 상처받은 분들께 용서를 구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번 일로 크게 실망했을 종근당 임직원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 모든 결과가 본인의 불찰로 비롯돼 한없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따끔한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의 시간도 갖도록 하겠다”며 “상처받은 당사자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준비해 온 사과문 원고를 3분가량 읽은 뒤 일체의 질문은 받지 않고 퇴장했습니다.

SNS 관련댓글은 여전히 분노에 차있고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도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석) “애비가 뭐하는 X인데..욕설이 절반인 이장한 종근당 회장 녹취록...당신은 잘난 애비 만나 회장돼서 기사 욕하는 입장이고, 당신 기사는 애비 잘못만나 당신한테 욕 먹는거다...세무조사 철저히~”

(***당) “종근당 이장한 회장,운전기사에 막말...이런 회사는 망하도록 불매합시다!”

(저*****) “종근당 이장한, 대림산업 이해욱, 현대비앤지스틸 정일선 운전기사한테 매일 욕설과 폭언, 폭행 등 가혹행위를 일삼는 양아치들이다. 온갖 특혜와 비리, 탈세가 용인되는 한국기업 풍토가 저런 양아치들을 양산한다.”

이에 앞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 몽고간장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습 폭언해 공분을 샀습니다.

정 사장은 3년간 운전기사를 12명이나 바꿔가며 ‘빨리 가자고 하면 신호, 차선, 과속 카메라, 버스 전용차로 무시하고 목적지 도착이 우선’이라는 매뉴얼을 마련, 지키지 않으면 폭언 폭행했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이해욱 부회장도 사이드 미러를 접은 채 운전하게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하거나 뒤통수를 때렸다는 게 기사들 증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정 사장은 벌금 300만원,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벌금 1000만원에 끝나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실상~” “소득에 따라 벌금을 때려야지...너무 관대한 나라야~” “판결이 갑질이네~” 등등 송방망이 처벌에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했습니다.

종근당 이 회장은 창업주 고 이종근 회장의 장남으로 2013년부터 종근당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정일선 사장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넷째 아들인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다이어몬드가 박힌 금수저’ 출신들입니다.

이들의 갑질사례에서 보듯 대기업 오너들의 악질이 우리사회에 여전합니다. 무수한 ‘을들’이 오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말조차 못하고 ‘회장님들 갑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돈이라는 이름아래 인격살인을 일삼는 일은 천민자본주의일뿐입니다. 근신과 자각, 겸허함과 서번트 리더쉽(servant leadership)이 요구되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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