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의 들꽃여행] 두메양귀비·하늘매발톱·털복주머니란… 여름 백두평원은 천상의 화원!

백두산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고산식물의 하나인 두메양귀비가 천지 바로 아래 해발 2600m 둔덕에 한가득 피어 있다. 양귀비과의 두해살이풀, 학명은 Papaver radicatum var. pseudoradicatum (Kitag.) Kitag. ©김인철

[오피니언타임스=김인철] 여행은 설렘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산으로 들로 꽃을 만나러 가는 여행도 설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떠날 때마다 앞선 길에서는 만나지 못한 새로운 들꽃 산꽃을 봅니다. 산에 들에 피는 꽃들이 숲을, 들판을 독차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로 꽃이 쉬 짐을 아쉬워하지만,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열흘이면 새로운 꽃들에 아낌없이 자리를 내주는 자연의 순리를 배우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한에서 멸종위기야생식물 1급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털복주머니란이 백두산 고산평원에 호젓하게 피어 있다.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Cypripedium guttatum var. koreanum Nakai. ©김인철

멀리 백두산으로 꽃 찾아가는 여행은 더없이 설레고 더없이 각별합니다. ‘우리 꽃’이되 우리 땅에서 볼 수 없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꽃을 만나러 가는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식물학자와 야생화 동호인 등이 연길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에 있는 선봉령 습지에서 작은황새풀과 제비붓꽃, 세잎솜대 등 고산 습지식물을 탐사하고 있다. ©김인철

분단으로 남과 북의 길이 막힌 지 어언 70여 년. 그리고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등으로 다소 트일 듯싶던 숨통이 다시 막힌 지 10년. 대립과 대치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각종 식물도감에 ‘북부 지역에서 자란다’거나 ‘백두산 등 북부 고산지대에 자란다’고 기재된 수많은 우리 꽃들이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 박제된 그림으로만 전해질 뿐입니다.

낭림산 이북에서 자생한다는 하늘매발톱이 백두평원에서 진한 잉크색 꽃을 가득 달고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Aquilegia japonica Nakai & H.Hara ©김인철

그런 ‘북녘 우리 꽃’에 대한 갈증을 다소나마 풀 수 있는 곳이 바로 백두산입니다. 북위 42도에 위치한 높이 2750m의 백두산. 7월 5일부터 일주일간 만나본 백두산은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花園)이었습니다. 특히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 위 해발 1000m 이상에서 나타나는 툰드라지대는 남녘에서는 아예 만날 수 없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북방계 식물의 보고(寶庫)였습니다. 

‘산천은 의구(依舊)하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백두산 천지(天池)의 변함없는 모습. 천지 넘어 개마고원 등 북녘으로 우리 꽃을 만나러 갈 수 있기를 빌었다. ©김인철

여기저기 노란색 꽃을 한가득 피우고 있는 두메양귀비와 하늘매발톱, 구름송이풀 등 고산식물과 노랑만병초와 담자리꽃나무, 담자리참꽃, 들쭉나무, 월귤, 홍월귤, 가솔송 등 키 작은 관목들. 특히 남한에서는 함백산 내 2곳에 철책을 두른 채 보호 중인 멸종위기야생식물 털복주머니란이 고산평원 여기저기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모습은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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