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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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서 자장면을 먹어본다.

혼자 먹다가 체할까 두려워 잘 비빈 후, 사이다 한 병을 주문했다. ​그리고 사이다 뚜껑에 병따개를 들이밀어 힘껏 들어 올리려다 다시 내려놓았다. ​한 번 열어버리면 사이다 속 생명체들이 도망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이다는 이만 잠시 보관하기로 결정하고, 젓가락에 힘을 주어 최대 수용치가 넘는 면을 휘감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몇 번의 후루릅과 이빨의 절단으로 이내 입 안은 가득 찬다. 씹기조차 불편한 많은 양이었지만 그랬기에 포만감이 더 컸다. ​조금씩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사이 쉴 틈을 주지 않고, 단무지를 투여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단무지는 면발들 사이에서 자신의 신선함을 마음껏 뽐내본다. ​

이내 입 안은 황홀함으로 가득차고, 내 마음속 근심은 삽시간에 사라졌다. ​한 젓가락의 자장면이 주는 행복이 하루의 고민을, 한 달의 체증을 모두 날려버려 주다니. 아직 사이다는 세상의 빛을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그것도 잠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가자 현기증이 입 안에 가득 찼다. 그렇다고 곧장 다시 자장면을 먹으러 갈순 없는 일. 인생살이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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