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지난 1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샤에스타 와이즈(29·Shaesta Waiz)라는 젊은 여성을 만났다. 가니 대통령은 와이즈에 대해 아프간 청년들, 특히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고 치하했다. 와이즈는 다음날인 11일 아프간 평화대사로 임명됐다.

그녀는 아프간계 미국인이다. 아프간이 옛 소련의 군사 개입으로 시달리던 지난 1987년 아프간의 한 난민수용소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출생 얼마 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의 빈곤층에서 평범하게 자라던 그녀에게 어느날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다는 욕구가 찾아왔다. 조종사라는 목표는 그녀의 삶을 변화시켰다. 와이즈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엠브리-리들 항공대학에 진학해 학사와 석사 학위를 땄다. 그녀 집안에서 최초로 받은 학위였다. 그리고 민간 조종사 자격증을 따내 아프간 여성 최초로 조종사가 됐다.

BBC방송에 출연한 아프간 출신 첫 여성비행사 와이즈 ©BBC

와이즈의 새로운 도전은 지난 5월13일 미 플로리다주의 데이토나 비치 공항에서 시작됐다. 그녀가 조종하는 비치크래프트 보난자 A6 소형 비행기가 여성 첫 세계일주 단독비행을 위해 이륙한 것. 와이즈는 90일 간 세계 18개국에서 30번의 중간 착륙을 거쳐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올 계획이다. 비행 거리만 4만6000㎞가 넘는다. 카불은 당초 와이즈의 중간기착 지점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러나 자신이 태어난 아프간을 찾고 싶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아프간 민항기를 타고 카불을 찾았다. 와이즈는 조종사가 돼 아프간을 찾은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 비행이 단지 기록을 세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의 많은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파해 꿈과 용기를 북돋는 것이 이번 비행의 또다른 중요한 목적이다. 이를 위해 와이즈는 모든 중간 기착지에서 젊은이들에게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강연을 한다.

와이즈의 도전은 4년 간의 준비 끝에 이뤄졌다. 그녀는 지난 2014년 ‘꿈은 날아오른다’(Dreams Soar)라는 비영리기구를 스스로 창립했다. 청년들에게 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STEM :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s) 공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 이 기구의 목적이다. 유엔 산하기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활동 자금 대부분을 지원해준다.

와이즈는 “나는 운이 좋게도 정말로 하고 싶은 것(비행)을 일찍 알아냈고 많은 도움을 받아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여성들이 그런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그것이 너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이즈는 지금까지 스페인과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등 9개국을 지나왔다. 앞으로는 인도와 아시아, 호주 등을 거쳐 다음달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카불에서 아프간 성평등 문제를 담당하는 굴 얀 바크시는 “아프간 출신인 와이즈가 여성 최초로 세계일주 단독비행에 나선 것이 자랑스럽다. 다른 아프간 소녀들도 충분한 지원만 받는다면 누구나 그녀처럼 될 수 있다. 그녀가 아프간 소녀들에게 롤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와이즈 역시 사람은 누구나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 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녀는 목표를 정하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갖고 매달려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와이즈는 결코 비범한 여성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비범해진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해 정말 간절하게 노력한 덕분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금수저 출신은 결코 아니다. 아프간 난민으로 태어나 어찌 보면 흙수저에 훨씬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률, N포 세대, 열정페이 등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요즘 한국의 젊은 세대를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30대 초반의 두 아들을 둔 애비로서 요즘 한국의 청년들이 기울이는 힘겨운 노력을 매우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노력하느냐는 누구나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 좋은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개천에서 용나기 힘들다고 말하지만 와이즈의 얘기는 개천에서 용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간절한 노력은 반드시 그만큼의 보답을 해준다. 한국의 젊은 세대도 부디 와이즈가 한 것처럼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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