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심화의 세상읽기]

[오피니언타임스=묘심화]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특히 정치지도자의 인사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며(부합선) 탕평인사를 해야 함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지난 정부 내내 인사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세월호라는 괴물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3년여 진실게임과 국민, 정치권, 언론의 지탄 속에 종국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민심은 바닥을 쳤고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사상 최저인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소위 대통령의 복심이고 목소리라고 했던 최측근 정치인들 그  누구도 내탓이요~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모두가 ‘꿩이 머리를 땅에 처박듯’ 제 살기에 급급했다.

뭍으로 나온 세월호와 뻘로 뒤덮인 선체 내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은 지금도 100석의 거대야당임에도 고작 군소정당과 비슷한 한자릿수 지지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소를 짓게 만드는 일은 급조된 대선후보로 나서서 안보수장의 도움 등으로 간신히 2위에 올라 당대표까지 맡은 홍준표 대표의 처신이다. 여의도연구원장에 제식구 꽂기를 했다며 당 안팎과 친박계의 불만이 거세다. 이재만 최고위원은 홍 대표 면전에서 “주요 당직을 정실 측근인사, 제식구 꽂아넣기로 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코드인사와 무엇이 다르냐”며 “실패한 패권정치로 우리 스스로를 무덤속으로 내던지지 말고 민주성을 회복해 적재적소에 고루 인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당 혁신을 추진할 혁신위원장에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임명했다. 류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정치적 실패자이고 친박계는 이에 책임을 져야한다”며 “책임질 사람을 가려내는 작업으로 혁신을 시작할 것이다. 홍 대표를 포함해 누구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책임질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이른바 친박이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워지니까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아닌가? 참담하다.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밝혀야 할 사람이 한둘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냐고 묻고 싶다. 세월호 사고는 박 전 대통령이 고의로 낸 사고가 아니지 않은가? 냉정히 생각해보자. 세월호 7시간 동안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고 온 언론과 정치권의 이슈가 됐었다. 필자인 내가 박 전 대통령과 굿을 했다고 모함을 해댔다. 소위 찌라시라는 내용으로... 어처구니없는, 사실 아닌 거짓정보가 마구 쏟아져 나왔고 내가 거주하는 자비정사 입구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진을 치며 일주문 앞에서 며칠씩 밤을 새웠다. 웃지못할 진풍경이었다. 할 수 없이 월간지에 해명인터뷰를 한 뒤에야 종편에서 인터뷰 내용이 화제가 되면서 굿을 했다는 헛소문은 비로소 사라지게 되었다.

승려요, 더군다나 종정인 내가 천도제를 하면 했지 굿을 하겠는가? 참으로 아연실색할 일을 당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내 조국의, 정치권과 언론이 두렵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수많은 의혹이 난무했고 대통령은 결국 초유의 탄핵이라는 불행을 맞았다.

세월호에 희생된 가엾고 불쌍한, 피어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해 나는 자비정사에서 추모제도 올렸다. 그리고 현장에 가서 천도문을 읽으며 기도했다. 제발 저 가엾은 영가님들께서 극락왕생하기만을 기원한다고...

그러나 아직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당시 세월호 사건은 해수부장관 관할이다. 수백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은 데 대해 제일 먼저 해수부장관이 책임져야 하지 않는가? 물론 파렴치한 선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는 감옥에 갔다. 많은 관련자들이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옷을 벗었다. 유병언 또한 죽음으로 생을 마쳤다. 그의 자식들도 줄줄이 구속됐다.

당시 이주영 해수부장관은 세월호 가족들과 팽목항에 있으며 현장을 지켰다. 수염을 기르고 이발을 하지 않아 많은 언론이 그를 조명했고 많은 국민이 그를 지켜보았다. 그래서 해수부장관 이주영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묻고 싶다. 적어도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바뀌는 엄청난 일을 맞으면서 과연 해수부 장관이 정당한 책임을 다했는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대통령이 세월호 현장에 일찍 도착했다고 한들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의전이나 절차상의 시간낭비로 구조에 큰 도움이 되었겠는가? 우왕좌왕하다가 더 많은 희생이 따르지는 않았을까?도 생각해 볼 일이다.

해양경찰청장과 해수부장관이 주축이 되어 신속하게 대처했다면 희생자를 줄이지 않았을까? 당시 해수부장관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선체가 침몰하여 수백명의 아까운 생명이 죽어가고 있을 때 과연 장관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 귀중한 어린 자식과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하며 울부짓는 유가족 앞에서 이번 사고의 모든 책임은 장관인 나에게 있으니 나에게 책임을 물어달라. 대통령을 대신해 내가 그 짐을 지고 가겠노라, 강한 어조로 책임의 한계를 자신에게 돌릴 수는 없었는가? 묻고 싶다.

희생된 영령들 앞에 속죄의 석고대좌를 하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유가족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는가? 굳이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아가게 했어야 했는가?

그럼에도 이 장관은 2016년 총선에서 5선의 영예를 얻어 잘나가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치에 맞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김영삼 정부시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구속됐을 때 신군부 출신의 이춘구 의원이 정계를 은퇴하고 다시는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않았다. 이 장관이 은퇴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아마도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훌륭한 국회의원으로 기록되지 않았을까? 아쉬울 뿐이다.

당시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쏠렸고 정유라 최순실사건까지 터지면서 나라는 촛불로 뒤덮였다. 보수여당인 새누리당 당직자들 중에는 탄핵을 야당보다 앞장서며 기정사실화하지 않았는가?

지금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끝모르는 갈등으로 누구 한사람 책임지는 모습을 외면한채 정치생명 연장에만 매달려 있다.참회의 반성은 어디에도 없는 것같다.

당시 해수부장관이던 이주영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후보로 뛸 거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이 의원에게 묻고 싶다. 정권은 민주당에게 내주고 대통령은 탄핵되어 감옥에서 영어의 몸이 되어 구속된 불행한 역사를 맞이한 상황에서 당시 세월호 사고의 주무장관이고 친박이었던 장관이 다음 지방선거, 그것도 가장 치열한 경남도지사 선거에 꼭 도전할 만큼 그리도 염치가 없는가? 묻고 싶다.

그런 경력의 장관을 지자체 선거에 내보낸다면 보수의 앞날은 승산이 없다. 씁쓸하고 답답하다. 국민들도 한심하게 바라보며 탄식하리라 본다.

뼈를 깎는 아픔과 혁신, 개혁의 기치로 감자밭 당대표 경선을 치른 자유한국당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끼리끼리 짜고치는 고스톱정치’는 때려치워라! 누가 봐도 훌륭한 인재를 내년 지방선거에 내보내 다만 몇곳이라도 승리하는 기적을 일궈내기 바란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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