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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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11만km를 달린 벗님의 마티즈를 타고 드라이브 내내 육두문자를 남발하는 세 청춘은 흡사 한 무리의 불한당 같다. 신호 대기 중인 차에서 옆 차선 외제차를 보고 신세한탄 좀 하다가 역사와 이념까지 논하며 썰전을 찍는다. 이러다가 언젠가 다음 의제는 세계평화가 되지 않을까.

각자의 하루 일과를 성실히 마친 우린 야밤에 한 번씩 이유 없이 모여 목적지 없는 드라이브를 한다. 수동식 창문을 손으로 돌려 내리면 불어오는 바람은 마티즈에게도 평등하게 선선하다. 그러다 문득 배가 고프면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 거침없이 맥도날드로 향한다. 2천원짜리 저가메뉴 햄버거와 천 원짜리 아이스커피가 세 사람에게 돌아가도 무려 천 원이 남는다. 동전노래방에서 4곡을 부를 수 있는 돈이다. 그렇게 ‘만 원의 행복’으로 빚어진 만찬과 열창을 마치고 다시 고마운 마티즈에 업혀 집으로 돌아간다.

언제부턴가 이 정체불명의 드라이브는 우리 셋에게 꽤나 즐거운 취미가 됐다. 짤짤이 몇 개로도 충분히 벅차고 설레던 날들을 기억하려는 방식일까. 일상을 내내 서툰 어른의 모습으로 보내다, 깊은 밤이 돼서야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한풀이를 하는 경계인의 초상일까.

오늘밤도 아마 드라이브를 갈 듯하다. 뽈뽈뽈- 달리는 마티즈가 맞닿을 지면은 좌절과 불안, 치기와 시도 그리고 잠깐의 일탈이라는 청춘들의 모든 아찔하고 저릿한 감정들로 빈틈없이 꽉 채워진 길, 안 빈 낙도(樂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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