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합천 강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는데 뒷집사람이 자기 집에 불을 질렀다. 그런데 자기 집은 안타고 우리집에 옮겨 붙어 홀랑 다 탔다. 살집이 없어졌다. 사법시험 되기 전에 장인어른이 ‘부모님 뭐하시나?’하셔서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울산에서 달세방삽니다’ ‘집도 없냐?’하시길래 ‘집 없습니다’ ‘군대 갔다왔냐?’하시길래 ‘지금 가야합니다’... 그리고 나서 집사람한테 ‘아버지 뭐라 카드노’ 물어보니까 ‘저거 구름 잡는 놈이다, 택도 아닌 놈이다. 저게 사법시험되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 하시더라고... 극렬반대를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대선때 밝힌 그의 이야기입니다.
초가삼간 오두막이 불타버리고 달세방까지 살았다는. 고단했던 가족의 삶이 녹아있는 고백입니다.

지나간 이야기로 치부될만하지만 그 시절 오두막집이 ‘홀랑 다 탔다’는 건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세간살이 하나 남지 않았을테니까요.

오두막은 나이 든 세대들에겐 고향과도 같은 집이죠. 어린 시절의 추억을 건져 올려주는 향수같은 단어입니다. 오두막 어원은 움막(움집)입니다.

“움집은 원형이나 원형에 가까운 사각형으로 땅을 파고 둘레에 기둥을 세워 비바람을 막기 위해 이엉을 덮어 만들었다. 크기는 직경이 6m 정도이고 깊이는 30~70cm 정도. 움집의 바닥은 대개 진흙을 깔고 다졌다.”(네이버 지식백과)

움푹하게 팠다해서 움집, 움막이라 불렀죠. 움막은 옴막>옫막>오두막>오막으로 변화돼왔다고 봅니다. 오막+살이=오막+생활.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채~’ 노랫말만큼이나 정감넘치는 단어로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습니다.

우물 역시 움푹하게 바닥을 파서 물을 먹던 곳이라 해서 움+물>우물이 됐죠. 돌틈 등에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샘물과 달리 우물은 인위적으로 움푹하게 파 물이 고이게 했다는 점에 차이가 있습니다.

‘움푹파다’ ‘움푹패였다’ ‘움푹해졌다’ ‘움푹 들어갔다’ 역시 모두 ‘움’이 어미(母語)입니다. 움푹파여서 물이 많이 고여 있는 곳이 웅덩이. 웅덩이의 ‘웅’ 역시 ‘움’에서 변화한 말로 추정됩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웅덩이’를 ‘둠벙’이라 합니다. 둠벙의 ‘둠’ 역시 ‘움’에서 가지치기한 걸로 보이죠. 주로 논 가장자리에 자리한 ‘웅덩이’ ‘둠벙’은 매우 깊어 빠지면 헤어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웬만한 가뭄에도 둠벙의 물은 마르는 법이 없으니 조상들의 지혜가 깃든 작은 저수지인 셈이죠.

©픽사베이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법정스님 오두막 편지에서)

법정스님은 오두막 한칸 지어놓고 무소유를 실천하셨죠. 청빈과 절제, 무소유의 오두막 살이. 난 하나 키우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생전에 판권조차 남기지 말라고 당부하고 가셨습니다. 어차피 훌훌 털어버리고 갈 삶. 소유하지 않고 단순 평범하면서도, 나답게 살아가는 지혜를 스님의 오두막 살이에서 배워봄직합니다.

오두막의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을 어디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오두막마저 불탄 홍 대표의 어머니는 달세방살이까지 하셨으니. 그 시절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겁니다.

달(月)세방은 월세방으로 다달이 집세를 낸다는 점에서 삭월세(朔月貰)>사글세와 같죠. 삭은 음력 그믐, 삭월은 한달 단위를 뜻하니 달세나 월세나 사글세나 매한가지라 하겠습니다.

오막살이나 달세방은 민초의 고단한 삶이 담긴 말입니다. 오막살이, 달세방 출신으로 자유한국당 총수까지 된 홍준표 대표가 민초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는 정치를 펴나갔으면 합니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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