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수의 중국이야기]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2017년 가을이면 시진핑 2기 집권을 알리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가 열린다. 벌써 언론에서는 중국 권력의 핵심인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인선과 관련하여 각종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칠상팔하(七上八下)’‘능상능하(能上能下)’이다.

‘칠상팔하’는 지도자의 나이제한을 67세면 유임하고, 68세면 은퇴한다는 공산당 내부의 불문율 같은 것이다. ‘능상능하’는 시진핑의 복심인 1948년 생 왕치산(王岐山)의 유임과 관련된 것으로 ‘칠상팔하’의 관례를 깨고 능력이 있으면 유임하고 능력이 없으면 사임한다는 원칙이다.

영화로 더 유명한 마거릿 미첼(Margaret Mitchell)의 유명한 소설 ‘Gone with the Wind’를 우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번역했다. 물론 이 소설은 중국에서도 잘 알려지고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 그들의 번역된 책 제목은 ‘표(飄)’라는 단 한 글자이다. 중국어로 이 글자는 ‘piao(피아오)’로 읽는다. ‘나부끼다’, ‘펄럭이다’라는 뜻의 동사인데 ‘사람이 바람처럼 훌쩍 나타나거나 사라진다’라는 뜻으로도 전용되어 사용하고 있다. 비록 한 글자이지만 원제의 뜻을 충분히 담아낸 훌륭한 번역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어는 물론 UN의 공식 언어 중 하나이다. UN의 각종 문서는 같은 내용을 여러 언어로 번역하게 되는데 중국어 번역본의 두께는 영어나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경우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우스갯소리를 잘하는 중국 친구가, 중국어로는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한국말은 길고 복잡하다고 농담 삼아 나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이는 뜻글자인 중국어의 특성을 그대로 말해준다.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중국어는 한 낱말이 하나의 의미를 가지며, 낱말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이 낱말의 순서, 낱말의 위치에 따라 문법관계가 결정되는 고립어(孤立語:Isolating Language)에 속한다고 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를 중국어로는 ‘워아이니(我爱你)’라고 한다. 우리 말 ‘나’에는 ‘는’이 붙어서 주어를 나타내고 ‘너’에는 ‘를’이 따라와서 목적어가 되며 ‘사랑’에는 ‘하다’라는 말이 붙어 서술형이 되는데 중국어로는 낱말의 변화 없이 ‘我’ ‘愛’ ‘你’ 세 단어의 나열 순으로 하나의 문장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어는 기본적으로 한 글자에 한 음과 하나의 뜻을 나타내는 일자, 일음, 일의(一字, 一音, 一意) 형태소(語素)를 기본단위로 하고 있으며, 이런 극소수의 형태소를 기본으로 하여 많은 어휘를 만들고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배우다’라는 의미의 ‘학(學)’이라는 글자로 ‘학교(學校)’ ‘학생(學生) ’학년(學年)‘ ’학원(學院)‘ ’철학(哲學)‘ ’수학(數學)‘ ’문학(文學)‘ ’이학(理學)‘ 등 수 없이 많은 단어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3000개의 한자를 이해하는 것과 영어나 기타 언어의 3000단어를 안다는 것은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참고로 한자의 수를 살펴본다면, 후한(後漢)시대, 한자를 만드는 법과 뜻을 설명한 허신(許愼)의 ‘설문해자(說文解字)’라는 책에는 9353개의 문자가 실려 있었다고 한다. 그 후 1716년 청나라 시대에 편찬된 ‘강희자전(康熙字典)’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4만7035개의 한자가 실려 있었다. 중국의 문자개혁 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오늘날 한자의 수는 총 6만자 정도이고 그 중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글자는 8천 내지, 1만자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마오쩌둥(毛澤東) 선집 1권부터 4권까지, 그리고 베이징 시에서 편찬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등 7종류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작성한 통계에 의하면 중국인들이 평소에 많이 사용하는 상용한자는 4500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 때 한자 교육을 소홀히 한 시기가 있었다. 우리가 한자 문화권에 있음을 잠시 잊었거나 우리 것만을 생각하는 속 좁은 편견 때문이었다. 내가 중국에 가서 놀란 것 중의 하나가 그 동안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단어들이 실제로는 한자어였다는 사실이다. 중국어를 이해하기 이전에 지금도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사자성어나 한자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한자에 대한 관심과 배우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함기수

 글로벌 디렉션 대표

 경영학 박사

 전 SK네트웍스 홍보팀장·중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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