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요섭의 동호지필]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한국의 총 전력생산량 중 석탄화력발전 비율은 48%에 달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6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의 절반을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탈원전 문제를 두고 각계각층에서 찬반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대해 주목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탈원전의 선결과제인 신재생에너지 문제를 선진국들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펴봤다.

70년대 한국은 낮은 단가의 화력발전에 힘입어 대대적인 산업화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로부터 약 반세기가 지난 오늘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① 미세먼지 ‘나쁨’ → 외출 때 걷기보다 차량 이용 → 매연 발생 → 미세먼지 발생
② 미세먼지 ‘나쁨’ → 실내 공기청정기 가동 → 전력 필요량 증가 → 미세먼지 발생

유난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지난 4월의 일상을 더듬어봤다. 외출을 하든 하지 않든 악순환이 반복되고야 마는 구조였다. 이런 일상이 지속될수록 사람과 환경이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고리 위에 우리의 에너지 문제가 놓여 있다. 다달이 일희일비하며 읽곤 하는 전기요금고지서를 생각해 보자. 우린 고지서에 찍힌 숫자 몇 개보다 더 무시무시한 값의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건 아닐까.

에너지 비용 증가를 감당할 준비가 된 후에 탈원전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장 요지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을 잘 살펴보면 시기가 다소 이르거나 성급히 진행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는 절차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내비칠 뿐, 환경 보호와 신재생에너지 확충이라는 의제에 있어선 그들도 원론적으로는 공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벌이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형태는 어떠할까. 지난 7월 경남 양산시에서는 풍력발전시설 조성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 집회가 열렸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공청회 같은 주민 수용성을 고려한 절차 하나 없이 무차별적인 풍력발전의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7기의 풍력발전시설이 설치되어 인근 주민이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던 와중, 또 다시 추가 설치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위 사례는 보급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사로잡혀 정부 주도형의 보급만 주력한 졸속행정의 결과물이다.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부지나 기금 조성이라는 장기적인 기반의 마련 없이 단순히 보급률 상승을 추구하며 시범 마을 운영에 들어선 것이다. 예산 배정이나 부지 선정의 과정이 지역 주민 의견의 적극적 수렴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이뤄졌음은 당연지사다. 신재생에너지 확보라는 당위에 따라 마땅히 움직였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한 탓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과 사회로 돌아갔다.

발전(發電)의 시작은 18세기 산업혁명에 있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 석탄 화력을 처음으로 이용한 나라가 영국이다. 그런 영국이 지금은 탄소로부터의 탈피를 선언하고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저탄소경제’의 실현으로 10년 전 6%에 불과하던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최근 25%로까지 끌어올렸다.

혁신이자 상생의 길을 택한 데는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경제적 요인도 컸다. 영국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만 2020년까지 2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저유가와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이라는 걸림돌이 과제로 남아 있지만, 저탄소산업의 성장률이 4%로 평균 성장률 1%를 뛰어넘는 수치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희망적인 결과를 바랄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전력 수급 구조를 바꾼 사례가 있다. 한전의 전력사업 독점이 이뤄지는 우리나라와 달리 지역기반 분산전원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쉽게 말해 A지역의 지자체에서 태양광, 소수력, 지열 등으로 만든 전기를 A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전력 보급 비용에서 송배전 비용이 막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분산전원시스템은 송전 거리가 지극히 짧은 방식이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 시스템 구축, 유지와 관련하여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지자체뿐만 아니라 도요타와 같은 기업들도 자체 발전시설을 도입하는 등 일본 사회 전반에서는 ‘에너지 자립’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 이뤄지는 개인 간 에너지 거래도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의 반데브론이나 미국의 옐로하는 태양력이나 풍력 등의 자가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직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웹사이트를 통해 ‘에너지 프로슈머’(Prosumer: producer와 consumer의 합성어)끼리 가격을 합의하고 거래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한국도 에너지 프로슈머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전에서 운영하는 시범사업 성격을 띠고 있다. 전력 직거래 사업모델은 전력 민영화구조를 수반으로 하고 있기에 일률적인 확대보다는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전 검증도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

탈원전 시대가 본격적으로 선포된 지금, 일정 시기에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해낼 때까지는 전기료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그에 따라 자가발전과 전력 직거래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프로슈머 제도는 개인-한전-개인으로 한전이 중간에 끼어 시장이 예속되어 있기에, 일정 지역에서는 온전히 개인 대 개인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차후 직거래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저탄소경제, 에너지 자립, 에너지 프로슈머 확대까지 세계 각국에서는 에너지 생산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직까지 1.1%라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암담하지만, 관점을 바꿔본다면 무한한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시작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벤치마킹을 추구할 게 아니라, 미리 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며 대비를 한 각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형 사업으로 승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탈원전을 시작으로 이뤄질 본격적인 에너지 사업의 변화에서 타당성의 철저한 검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가의 근간인 에너지 사업이 비전문가들의 이상적 신념에 쉽사리 휘둘려선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환경과 사람 모두를 고려한 상생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하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합리적 이상을 꿈꾸길 바란다.   

 조요섭

어쩌면 미학이란 것은 노동자에게 주어진 빵과 우유보다 훨씬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느낀 이후로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려 하는 사람입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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