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진의 지구촌 뒤안길]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식품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판매를 중단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모든 산란계의 계란 출하를 금지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안전보다 수익만을 중시하는 경제 논리를 앞세웠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보다 먼저 문제가 불거진 유럽의 ‘살충제 계란’ 파동을 되짚어보고 시사점을 살펴봤다.

©픽사베이

유럽 대륙이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포함된 계란 유통으로 온통 시끄럽다. 살충제 계란은 지난 8월1일 독일의 한 슈퍼마켓이 네덜란드로부터 수입된 계란 껍질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됐다며 전시대에 놓였던 계란을 전량 수거해 폐기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 벨기에는 이미 지난 6월 일부 계란에서 파프로닐 성분이 검출됐음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공표하지 않고 있다가 한 달 이상이 지난 7월20일에야 유럽연합(EU)에 통보했음이 드러났다. 식품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EU 회원국은 즉각 이를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벨기에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자 벨기에 식품안전 당국은 네덜란드는 벨기에에 앞서 이미 지난해 11월 일부 계란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비난의 화살을 네덜란드로 돌렸다. 네덜란드는 당시 피프로닐이 포함된 구충제가 사용되고 있다는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던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실제로 닭이나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아 이를 공표하지 않았다며 이를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피프로닐은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의 벼룩이나 이, 진드기 등을 죽이기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닭 등 사람이 먹는 동물에 대해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식품에 함유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장기간에 걸쳐 다량의 피프로닐에 노출되면 간이나 신장, 갑상선 등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각국 식품안전 당국들은 일부 계란들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수량이 많지 않고 검출된 피프로닐 성분도 대부분 유럽 안전기준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공중보건에 큰 위험은 전혀 없다며 진정에 나섰다. 실제로 지금까지 실시된 모든 실험실 성분 분석 결과 피프로닐 수치가 EU 안전 기준을 넘어선 것은 벨기에에서의 단 한 곳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안전 기준치의 10분의 1∼7분의 1 수준만 검출됐을 뿐이다. 살충제 계란을 먹어 건강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아직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각국 식품안전 당국들의 거듭되는 안전 보장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속성 때문이다. 오염은 됐지만 그 수치가 낮아 위험하지는 않다고 아무리 식품안전 당국이 말하더라도 사람들은 오염된 것 자체에 관심을 갖는다. 계란은 유럽의 주식 중 하나지만 계란을 먹지 않고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기 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는 연간 100억개가 넘는 계란을 생산하는 유럽 최대의 계란 생산국이자 그 가운데 3분의 2가량을 유통하는 세계 최대 계란 수출국으로 꼽혔다. 하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네덜란드의 산란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80여개의 네덜란드 산란계 농장이 지난 7월20일 이후 문을 닫았고 100만 마리가 넘는 산란용 암탉이 살처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벨기에와 독일, 프랑스 4개국에서 계란 껍질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됨에 따라 이들 국가들의 계란 판매가 금지됐다.

유럽의 살충제 계란 파동은 EU 15개국과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와 홍콩으로까지 번져 현재 17개국이 살충제 계란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언제 어느 나라가 또다시 살충제 계란의 피해를 입을 것인지도 지금으로서는 자신있게 말하기 힘든 형편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은 지난 2013년 이후 유럽에서 말고기를 쇠고기로 속여 햄버거용 패티에 섞어 판 사건 이후 4년 만에 식품안전과 관련해 발생한 가장 최신의 사건이다. 그러나 이는 식품안전과 관련해 중요한 한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식품 문제에 있어서도 소비자인 대중들의 안전보다도 더 경제적 논리가 우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의식주(衣食住)의 3대 요소 중에서도 먹거리 문제는 사람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전세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음식에 대한 수요는 점점 더 커지고 있고 특히 식품 안전에 대한 수요는 끝모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를 우선시하는 논리가 식품 생산 분야에까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안전을 우선시하기보다는 당장 눈 앞의 수익만을 중시하는 경제 논리가 식품 분야로까지 무차별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안전에 대한 어떤 발표도 믿지 않으려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원산지 세탁이나 유통기한이 지나 안전기준에 못미치는 원료들의 사용 등 식품 안전과 관련해서는 다른 어느 나라들과 비교해도 불안이 큰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식품과 관련해서는 그 어떤 경제논리보다도 소비자들을 위한 위생과 안전이 최우선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겨울 우리나라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체 산란계의 약 5분의 1을 살처분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또다시 살충제 계란 파문이 불거지면서 식품안전에 구멍이 뚫렸다. 식품당국은 하루빨리 전수검사와 유통경로 추적 등을 마쳐 국민불안을 잠재우고, 다음번엔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길 바란다.

 유세진

 뉴시스 국제뉴스 담당 전문위원

 전 세계일보 해외논단 객원편집위원    

 전 서울신문 독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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