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으로 보는 금융경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정부와 집권 여당은 최근 소득재분배를 위한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과표 2000억원을 초과하는 일부 대기업과 과표 3억원을 초과하는 개인소득자들에게 적용할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각기 3%포인트와 2%포인트 인상하기로 하고 세법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소위 부자증세라고 불리는 조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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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포함한 다른 많은 선진국에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소득의 양극화로 인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분배문제로 국한시켜볼 때 최근 우리나라 역사는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도 좋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보여 왔다.

거품을 제거하거나 군살을 빼기 위한 산업합리화나 구조조정이 전 분야에서 진행되며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또 투명성 제고와 함께 실적에 따른 보상을 강조하는 문화도 급속히 도입되었다.

성과문화가 강조되며 고액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한편 기업구조조정이나 합리화의 과정에서 비정규직 중심으로 저임금 일자리도 크게 늘어났다.

2015년 국세청통계에 의하면 억대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약 60만명에 달한 반면 근로소득세를 면제받는 저임금 근로자수도 810만명, 즉 전체근로소득세 신고대상자의 거의 절반이나 된다.

회사 내 임금격차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에 대한 일치된 연구결과는 없지만 지나친 격차나 지나치게 적은 차이 모두 이상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간다.

자본주의 역사가 긴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도 이면에서는 다른 접근법을 쓰고 있다.
회사 내 임금격차에 대해 미국에서는 관대한 반면 유럽에서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일정부분 관여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1933년 이래 상장회사 CEO와 CFO의 연봉을 일정 조건이 되면 공시케 하는 제도를 운영하며 시장의 감시기능을 중시한다.

2013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한 2014년 봄은 많은 화젯거리를 만들었다. 어느 재벌 총수가 여러 계열사로부터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았느니, 또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재벌총수가 백억 원대의 연봉을 다수의 계열사로부터 챙겼다하여 이슈화되기도 했다. 어느 총수는 뜨거운 눈총에 후일 반납하기도 했다. 또 재벌 총수 중에는 공시대상을 피하고자 등기임원에서 물러나기도 해 자본시장법이 2016년 다시 개정되어 2018년 3월 말부터 시행되는 제도에서는 연봉 5억원이 넘는 상위 5명의 연봉은 등기임원 여부를 떠나 공시케 바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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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는 15년 근무 후 퇴직한 모 보험사 전문경영인 CEO가 160억원 가까운 퇴직금을 받아 한동안 화젯거리가 되었다.

연금제도가 자리 잡기 전의 우리나라에서 퇴직금 제도는 일반 서민들이 은퇴를 하게 될 때 노후생활에 크게 도움을 주는 일종의 사회안전망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당연히 조세제도에서도 퇴직소득은 일반근로소득에 비해 낮은 세율이 적용되도록 설계되어있다. 고액연봉자일수록 그 혜택은 크기 마련이다.

보통 좋은 직장으로 알려진 회사들에서는 근속연수가 길어지면 퇴직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되는 누진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후 거품은 뺀다는 명목 하에 대부분의 회사들의 퇴직금제도는 누진제가 없어지고 1년 근속에 1개월 치 급여를 주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CEO를 포함한 임원들의 퇴직금은 일반직원들과는 달리 예전 그대로 훨씬 높은 배수가 적용되어왔는데 이런 제도가 아직도 바뀌지 않는 회사가 많다보니 재벌총수나 일부 전문경영자처럼 부유한 특권층이 퇴직금으로 엄청난 금전적 보상을 받는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언론 상으로는 늘 하후상박을 강조하던 경영진이 자기들 특혜는 줄이지 않고 있다.

최근 물의를 빚은 대표적인 금융그룹의 전직 회장이 고액연봉을 70이 다되도록 누리다 물러나서도 전관예우 차원의 고액 고문료를 챙기려다 금감원의 지적으로 기간과 월 고문료를 줄인 해프닝을 벌여 일반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더욱이 이런 고액의 퇴직금에도 일반급여보다 많은 세제상의 혜택이 그대로 방치되다보니 가급적이면 퇴직금 형태로 보상받는 게 세후로 계산할 때 훨씬 유리하다. 2014년 일부 손을 대었으나 아직도 일년 근속에 3.6개월 치까지는 퇴직소득으로 분류되어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퇴직금이 노후준비가 덜된 근로자를 보호해주려는 취지로 유지된다는 점과 모든 일반근로자의 퇴직금은 1년 근속에 1개월 치로 바뀌었는데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은 국가의 태만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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