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따듯한세상]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현대인들이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를 외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걸음마를 떼고 책가방을 등에 진 이후부터 쉴 틈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이 등 떠밀려서 혹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숨 가쁘게 살아왔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이 말이다. 교육열이 대단한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 입학한다. 정확한 목표를 정해두고 진학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성적에 맞추거나 부모님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곤 한다.

“대학가면 살 빠져.”
“대학가면 예뻐져.”
“대학가면 남자친구 생겨.”

주문 같은 말들을 우리는 이미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왔다. 부푼 기대를 안고 입학하지만 대학 진학 후 방향성을 잃고 고민하는 20대들이 넘쳐난다. 흔히 말하는 중2병에 이은 대2병을 앓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인들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 즐거움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마냥 꿈을 외치기에는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무능력한 꿈쟁이가 될까봐 괜히 겁부터 먹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아주 의미 있는 동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요즘 인기 절정의 김이나 작사가가 최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픽사베이

김이나 작사가는 항상 안정되지 못한 삶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가사를 썼고 7년 동안 일과 작사를 병행했다. 저작권료가 월급을 훨씬 웃돌면서 그것이 평균치를 돌 때까지 그녀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다.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다른 꿈을 꿀 때 꾸준히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때때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올인한다. 자퇴를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일단 부딪혀본다. 그렇게 잘 풀리면 다행이지만, 꿈에 도달하기까지 힘든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이건 적성에 맞지 않아”, “나는 운이 없는 것 같아”라며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김 작사가는 무모하게 하면 쉽게 그만두기 마련이라고 조언한다.

어쩌면 그녀의 말처럼 꿈을 모호하게 가지는 게 확실히 좋을 지도 모른다. 다른 누군가가 봤을 때 목표가 너무 모호할 수도 있지만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뭐지?’라고 수없이 물으며 그 거리를 좁혀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 가정에서의 역할과 사회적 위치에 연연하고 그것들을 따라가느라 미처 자신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다. 선을 긋지 않는 열린 자세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 작사가는 꿈을 모호하게 잡고 그 꿈을 차근차근 다듬다 보면 ‘나’라는 화살이 서서히 날카로워질 것이고 그 순간 조준하고 ‘탁’ 쏘면 되는 것이라며 말을 끝맺었다. 마구잡이식 욜로가 나의 하루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 같아 두렵다면 그녀처럼 천천히 나 자신에 대해 먼저 알아가는 게 어떨까 싶다.

사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에서는 무작정 꿈을 쫓기에는 고민하고 신경써야할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은연중에 욜로족이 되기 두려워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트렌드를 읽어주는 남자’ 김용섭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욜로는 한 번 뿐인 인생이니 하루하루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이다. 하지만 막 살자는 것도 아니고, 대책 없이 오늘을 흥청망청 보내자는 것도 아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다 보면 내일도 충실해질 수 있다. 오늘의 행복을 찾으면 내일도 행복해 질 수 있다. 내일이 막연한 미래라면, 오늘은 구체적인 현실이다. 나는 누군가 내 삶의 전성기가 언제인지 물으면, 늘 지금이라고 대답한다.”

욜로를 소리 내어 외치고 행동으로 옮기기 힘들다면 조금씩 단계를 거쳐가는 것이 어떨까. 하루의 일과 중 소소한 행복을 하나씩 찾아보면서 말이다. 갈 길이 멀다고 점처럼 보이는 목적지를 내다보며 한숨을 뱉어내기보다 한 발자국 앞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그러다보면 내일엔 각자의 방 안에 소소한 행복들이, 선명해진 꿈이 가득할 지도 모른다. 

김연수

제 그림자의 키가 작았던 날들을 기억하려 글을 씁니다.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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