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의 쑈사이어티]

[오피니언타임스=이성훈] 2017년 7월 28일 오전 8시. 인천공항의 D게이트를 통과하며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1년 장거리 연애가 마침내 끝나는 순간이었다. 딱히 그녀를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영상통화로 매일 봤으니까. 다만 우리는 서로를 ‘만지고’ 싶었다. 나는 꽃다발을 건네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풍성한 흑발은 밝은 금발로 물들었고, 품에 쏙 들어오는 걸 보니 한국에 있을 때보다 살이 빠졌다. 어쩐지 낯설었지만 익숙한 이 체취만큼은 그녀의 것이 틀림없었다.

연인의 군입대, 유학, 지방발령 등이 잦은 2030세대에게 장거리 연애는 ‘현실’이다. 남 얘기일 때는 웃어넘겼던 ‘롱디’(long-distance-love의 약자)가 나의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지구의 반대편에서 1만3000km 떨어져 있었다. 내가 한국에서 기지개를 펼 때 그녀는 유럽의 작은 나라 오스트리아에서 막 잠자리에 들었고, 매번 스케줄이 엇갈려서 통화하기도 어려웠다. 그렇지만 함께 고민한 덕분에 몸은 멀어져도 마음은 함께였고, 특히 3가지 솔루션에서 큰 위안을 받았다.

연인이 틈틈이 보내주는 사진들은 장거리 연애를 지속하는데 큰 활력이 된다. ©이성훈

1) 영상통화 앱

우리 커플은 영상 통화를 애용했다. 생생한 일상과 풍경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재미가 컸다. ▲다음카카오의 보이스톡, ▲구글의 행아웃을 놓고 고민했는데, 최종 선택은 구글 행아웃이었다. 행아웃은 ①한 번의 클릭으로 음성통화에서 영상통화로 넘어가는 편리한 UI(유저인터페이스)에 ②끊김현상이 적으면서도 ③데이터 사용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영상통화를 제외한 사진모아보기 기능, 디자인은 보이스톡이 낫다. 하지만 보이스톡은 ③데이터사용 제한이 있어 매우 불편하다. 예를 들어 월 500mb의 데이터요금제를 사용하는 경우, 주어진 데이터를 모두 사용하고 나면 와이파이(wifi)존에 들어가도 보이스톡을 이용할 수 없다. (무료 통화 앱을 견제하는 국내통신사의 정책인 듯하다) 반면 행아웃 영상통화는 wifi존에서 무제한 가능하다.

그래서 영상통화는 구글 행아웃, 그외 메시지 및 사진/영상 공유는 카카오톡을 이용했다.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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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항공택배

해외에 나간 여자친구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은 ‘가족’도 ‘남자친구’도 아닌 ‘한국밥’이었다. 떡볶이, 라면, 골뱅이, 과자, 곱창, 찌개 등등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었다. 얼마나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으면 유튜브로 먹방BJ들을 하루에도 몇 시간씩 돌려본다고 했다. 물론 한인마트가 있지만, 품목이 제한적이고 가격은 한국의 2~3배 가까이 되어 이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녀가 출국한지 3달 뒤, 10kg 상당의 항공택배를 보냈다. 항공택배는 해운택배의 3배 넘는 배송료가 부담스럽다. (약 11만원) 대신 3~4일이면 받아볼 수 있어, 하루라도 빨리 한국음식을 받고 싶어 하는 연인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해운택배는 3~4개월이 걸린다) 내용물은 라면, 과자, 골뱅이캔, 소주 등 주로 매콤한 식품으로 채웠다. 컵라면이나 과자류는 질소포장을 버리고 비닐봉지에 눌러 담아서 최대한 부피를 줄였다.

그렇게 마련된 선물박스는 사흘 만에 오스트리아로 배송되어 8달 동안 여자친구의 든든한 간식거리가 되었다. 음식 값에 배송료까지 20만원이 넘게 들지만 그것을 받아볼 연인의 행복도는 무조건 당신의 상상 그 이상이다.

3) 공모전

돈이 없어 식빵만 뜯어먹고 있다는 연인의 목소리만큼 마음 아픈 것도 없다. 유학생활은 돈이 많이 든다. 방세, 학비, 식비, 교통비 등 숨만 쉬어도 지출이 발생한다. (여자친구의 경우 전액 장학금에 학기당 300만원의 생활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생활이 빠듯했다) 반면에 유학생비자로는 현지에서 어떠한 수익활동도 금지되다보니, 현지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해법으로 ‘공모전 준비’를 선택 했다.

준비는 쉽지 않았다. 우리는 만날 수 없었고,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도 없었다. 한국-오스트리아 간 시차가 워낙 커서, 회의할 시간도 밤11시 이후에나 가능했다.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공모전에서 준비할 것들을 아주 잘게 쪼갰다. 시장조사, 고객설정, 경쟁자분석, 차별점, 유통전략 등 분야별로 나누어서 자료를 정리하고, 그 내용은 여러 차례의 화상통화를 거쳐서 하나의 기획안에 통합했다. 모든 과정들은 2주에 걸쳐 이루어졌고, 4개의 공모전에 응시해서 2차례 쏠쏠한 상금을 받았다.

*정리하며

야무지게 노력해봤지만 꿀팁은 진통제일 뿐, 치료제는 아니었다. 우리 커플 역시 수없이 오해하고 다퉜다. 그저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티다보니 1년이 흘렀을 뿐이다. 꿀팁도 좋지만, 무엇보다 ‘롱디’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려운 속에서도 사랑을 가꿔나가겠다는 연인 간의 믿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재회의 그날을 생각한다면, 기다림도 무작정 막막하지만은 않으니까.

 이성훈

20대의 끝자락 남들은 언론고시에 매달릴 때, 미디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철없는 청년!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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