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요즘 허수아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엔 곡식을 축내는 참새떼를 막기 위해 막대기와 옷가지로 얼기설기 사람처럼 만든 허수아비를 논밭에 많이 세웠습니다.

그러던 허수아비들이 근래엔 보기 어려워 진거죠. 학습효과 탓인지 참새들도 허수아비가 있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달려듭니다.

아버지 만큼이나 무섭게 보이려고 세웠던 허수아비. 한때는 해진 밀짚모자와 헌옷만 걸쳐놔도 참새들이 오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허수아비 어깨에 앉기도 하고 허수아비 옷주머니에 둥지를 틀고 알까지 까는 놈도 있습니다. ‘허수아비 주머니에 알을 깐’ 참새란 얘기가 나온 이유죠.

허수아비와 관련된 넌센스 퀴즈.
“허수아비 아들의 이름은?”
“??? 허수!!!”
정답이죠.

허수아비의 허수가 허수(虛手)를 뜻하진 않습니다. 허수아비는 헛+아비>허사비에서 변한 것으로 보는 게 통설입니다. 헛은 허(虛)이고 아비와 합성되면서 헛아비가 됐다죠. 가짜아비란 뜻입니다.

허수아비같이 ‘허’를 앞에 쓰는 말로 헛제사밥(제상에 올리지 않지만 제사음식으로 마련한 안동지방의 밥), 헛걸음, 헛다리, 헛소리, 헛손질, 헛수고, 헛웃음이 있습니다.

요즘엔 허수어미도 등장했습니다. 그래도 영악해진 참새들 쫓기엔 역부족입니다.

영악한 참새들도 '헛걸음'할 때가 있습니다. 허수아비가 서있는 들녘에서 실컷 먹고 놀다가 둥지로 돌아가는 길에 꼭 들르는 곳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방앗간이죠.

방앗간이 어떤 곳입니까? 나락을 쌀로 만들어 쭉정이 왕겨만 버리는 곳입니다. 쌀 한톨 구경하기 어렵지만 참새들은 방안간에 꼭 들릅니다. 쌀 냄새 탓인가? 싶지만 어쨌거나 방앗간 그냥 지나치는 참새 없습니다. 그래서 ‘참새 방앗간’은 ‘실속없으면서도 지속적으로 하는 행동’을 일컫죠.

©픽사베이

사실 참새만큼 사람과 가까운 텃새도 없습니다. 자고나면 짹~짹~짹~

참새란 이름도 늘 사람과 가까이 있기에 ‘진짜 새’라는 이름을 조상들이 부여한 게 아닌가 합니다.

참새가 소 등에 앉아서 이렇게 얘기한다죠.
“니 고기 석점이 맛있냐? 내 고기 한점이 맛있지...”

민간에 구전돼오는 말이지만 참새고기가 그만큼 맛있다는 얘기입니다. 고기 맛으로만 보면 참새란 이름을 가질만 합니다.

참새소탕이 중국에선 거꾸로 대재앙을 가져왔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마오쩌둥은 쌀 수확량이 줄자 원인을 찾습니다. 마침내 벼 이삭을 쪼아먹는 참새가 범인으로 지목했고 참새 섬멸지휘부가 생깁니다. 참새때문에 한해 없어지는 쌀이 3만2000명의 일년치 식량이란 사실을 알고 대대적인 소탕에 들어갑니다.그러나 소탕 첫해 쌀 수확이 극심하게 줄어듭니다. 식량 부족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1958년 한해 굶어죽은 사람이 172만명. 1958년부터 60년까지 무려 4000만명이 사망, 사상 초유의 대기근이 빚어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끔찍한 결과였죠.

참새소탕으로 먹이사슬 파괴되는 점을 간과했던 겁니다. 해충의 천적인 참새가 없어지자 벌레가 급증했고 늘어난 해충들이 벼를 갉아먹어 참새피해보다 더 큰 수확량 격감으로 이어진 것이죠. 결국 이 정책으로 마오쩌둥은 정치 2인자로 물러납니다. 역사상 최악의 기근으로 세계 기네스북에도 오르고.

먹이사슬 차원에서 참새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함을 보여준 역사적 사례라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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