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안의 동행]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1945년 8월 22일, 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은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을 부산항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3일 후 부산항에 도착했어야 할 제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24일 대한해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수면 아래 침몰했다. 광복 후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고향으로 돌아오던 수많은 조선인들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른바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이다.

해당 사진은 본문과 관련없음. ©픽사베이

당시 일본 정부는 사망자가 500여 명이라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탑승자 명단과 사고 경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고 후 수년 동안 선체 인양과 유해 수색을 미루는 등 부실하게 대응했다. 뒤늦게 드러난 진실은 충격적이다. 우키시마호에 탑승한 인원이 애초 일본이 발표한 3700여 명이 아니라 8000여명에 이른다는 일본 외무성 기록이 2014년 공개됐다. 2016년에는 이 배에 폭발물이 실린 정황을 기록한 일본 방위청 문건도 드러났다.

자신들의 행한 일들이 밝혀질까 두려웠을까. 우키시마호는 탑승 정원을 초과한 인원을 빼곡하게 태우고 심지어 이 배에는 360톤가량의 돌도 실려 있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 신호음이 울리자 구명조끼를 입은 일본 승무원들만 대부분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한다. 여러 정황상 일본의 고의 폭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1954년 선체를 인양해 고철로 판매해버려 원인을 규명할 증거도 없다.

대표적인 선박 침몰 사고는 타이타닉이다. 이 사건은 흥행 영화로 만들어질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1945년 8월 24일의 참사는 아는 이가 거의 없다. 사건사고도 인지도가 있어야 문제의식이 피어난다. 우키시마호 폭침사고에 대한 유력한 증언들과 여러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공식기록이 된다면 이는 도나파즈호 침몰 사고마저도 뛰어넘는 인류 역사상 최대이자 최악의 침몰사고로 기록될 것이다. 일제의 잔혹한 민간인 대학살의 기록이 하나 더 추가될 것이다. 진실을 파헤치는 노력들이 더 요구된다.

군함도 역시 마찬가지다. 일제 징용 피해자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공간이지만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 지정까진 갈 길이 멀다. 바이온트 댐과 같이 누구도 저지르지 말아야할, 어디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될 반성의 산물로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기억의 유산으로 지정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갖가지 수작으로 인권을 유린한 전범들은 재판은커녕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친일파들은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다. 어떤 정치인은 한일 정상회담의 빠른 개최를 위해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의 횡포에 대한 보상을 헐값에 합의함으로써 나라와 국민을 팔아먹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 공론화가 된 지도 오래지만 여전히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본의 진심이 담긴 사과와 양심도, 우리의 당연한 권리와 주장도 매몰되고 수장되었다. 일본은 섬세한 나라답게 지난 역사를 세세하게 기억하며 왜곡하고 세탁한다. 이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몇 년 전 매스컴에서 공개한 강제노역리스트는 한낱 종이 뭉텅이로 치부되어 스쳐지나갔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는 만큼만이라도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선조들, 그들의 꿈은 자신들의 자녀들과 후손들에게는 식민지의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광복절도 우리는 쉬는 날이라 기뻐하며 지나가고, 친일행위를 한 사람들은 정권에 유착해 부를 유지하고 부풀려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잘 산다. 하다못해 과거사에 대해 아파하고 잊지 않아야한다. 아직 우리는 자주 독립국이라 할 수 없다. 

 최선희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건축회사 웹디자인 파트에서 근무 중인 습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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