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련의 그림자]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특별한 사람,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청이 2016년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874만명으로 임금노동자의 ‘44.5%’를 차지한다. 그저 남의 일이라 치부해버릴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말해서 내가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50%인 셈이다. 또한 현재 정규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높은 정규직도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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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비정규직노동자는 비상시 필요한 업무에 그 수요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2년 이상 채용할 수 없으며 상시근무를 맡길 수 없다. 이런 목적을 본다면 정규직노동자와 다른 일을 하니까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교묘하게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은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기업은 2년을 채우지 않고 해고 후 새로 고용하기를 반복한다. 또한 일시적 업무가 아닌 상시업무를 맡긴다. 결국 정규직 노동자와 비슷한 일을 시키면서 다른 취급을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불안하다. 정년이 보장되지 않기에 늘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에 시달린다. 그러다보니 노동법에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노조에 가입해 회사와 임금협상을 하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와 더불어 정규직과의 차별도 심각한 문제다. 임금에서부터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며 퇴직금이나 4대 보험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부가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면서 급증했다. 비용을 절감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이 노동형태는 1997년 IMF를 겪으면서 실업문제의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졌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마치 공장 부품처럼 취급되기 시작했다. 노동유연성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은 채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며 구조조정을 해나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양극화 현상과 노동시장 불안정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허나 비정규직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비정규직의 본래 목적처럼 출산이나 질병 같은 이유로 인해 자리를 비운 사람들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유연성에 관한 노동자, 기업, 정부의 합의가 필요며 비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차별적 대우가 개선되어야한다. 정규직과 ‘다른 만큼만’ 다르게 대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렵게 들어온 정규직에 대한 역차별이다, 아니다로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큰 틀에서 방향성은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직 지켜봐야할 것이다.

웹툰 <미생>의 장그래도 결국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고착화된 비정규직 관행을 해결하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비정규직 채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장그래법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 시대의 장그래들이 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최혜련

 다채로운 색을 가진 사회가 되길 바라며 씁니다,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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