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전원일기]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얼마 전 소백산 기슭을 찾았습니다.
올해 콩을 직접 재배해서 메주를 만들기로 했으니 메주 쑬 곳을 찾아간 것이죠.
발효전문가 선생님이 계시는 소백산 아래 ‘산야초 세상’이라는 곳입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메주를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메주 띄우는 일이 보통이 아니죠.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메주 뜰 때 냄새가 썩 좋지 않습니다. 시골집처럼 띄울 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니 ‘메주 띄우기’는 엄두를 낼 수가 없습니다.

메주가 잘 떠야 제대로 된 장맛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메주 띄우고 장도 담글 곳을 찾은 겁니다.

산야초 세상 전경 ©동이

충북 단양 옛 죽령길 아래에 있는 ‘산야초 세상’은 폐교된 초등학교 교실을 단장해 쓰고 있었습니다. 전통 장류뿐 아니라 각종 발효식품을 만드는 곳이죠.

카페회원들 중심으로 개인장독을 마련해 놓고 산야초를 발효시키거나 장을 담궈 먹습니다. 메주 쑤는 일부터 전통 된장과 간장, 고추장 담그기에 이르기까지 회원들이 직접 합니다. 물론 이곳 시설을 활용하고 선생님의 꼼꼼한 지도아래 이뤄집니다.

사먹는 장류와 비교해 방부제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아 숙성된 전통장맛 그대로를 맛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콩을 직접 가져가도 되고 이곳에서 사서 메주를 쒀도 됩니다. 물론 메주 띄우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한창 자라고 있는 메주콩을 수확해 이곳에서 메주를 쑬 생각입니다. 각종 산야초 ‘삶은 물’을 메주 물로 쓰는 것이 이곳만의 비법(?)입니다. 각자 다양하게 부가재료를 넣을 수 있습니다. 어떤 재료를, 얼마만큼 넣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의 장이 만들어집니다. 동이네는 겨우살이 삶은 물을 쓸까 합니다.

산야초 세상은 본래 강원 횡성에 터잡고 있다가 2년 전 이곳으로 왔습니다. 동이네도 횡성에서 선생님의 지도 아래 장을 담가 먹은 경험이 있습니다.

새로 이사 온 곳은 소백산 자락의 계곡 주변과 운동장 넓은 공터를 장독대로 쓰고 있더군요. 해빛과 공기, 온도같은 숙성조건이 아주 잘 갖춰진 곳으로 보였습니다.심산계곡의 물과 청정 환경도 한몫하는 게 분명했습니다.

 회원들의 백야초 발효독 ©동이

전통장독과 산약초 등을 넣은 각종 효소발효독에 이르기까지 회원들 장독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습니다. 아직도 횡성서 다 가져오지 못한 독들이 있다 하니 ‘독 이사’가 보통 일이 아님을 짐작케 해줍니다. 독마다 주인 이름이 쓰여 있어 헷갈릴 일은 물론 없습니다.

산야초 선생님은 방문객에게 직접 만들어 끓인 차를 대접해주고, 각종 산나물로 담근 장아찌류를 밑반찬으로 한끼 식사도 맛있게 해주셨습니다. 물론 일행이 가져간 삼겹살을 특설구이에 맛있게 구워먹었죠. (사실 이 맛에 다니지만서도~)

교실을 개조해 만든 방을 숙소로 삼아 이틀간 휴가 겸해서 지내다 왔습니다. 아직 메주 쑬 때는 아니어서 발효초 장독들 구경하고 왔습니다.

©동이

늦더위에도 낮에는 시원한 산바람이 불고 새벽녘엔 추워 솜이불을 덮어야 했습니다.

산야초 발효나 전통 장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가볼만 합니다. 장맛도 보고 수려한 풍광도 구경하고... 다음카페 ‘산야초 세상’에 관련정보가 소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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