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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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한번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덜 소모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어리고 멍청하단 소리를 들었다. 감정이 노출되거나 소모해봤자 부끄럽고 자기만 힘든데 뭐하러 그런 비효율적인 짓을 하냐는 뜻이었을 테다.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100% 솔직해지려고 하는 사람이다. 내가 얻게 된 감정들이란 누군가와 교류하면서 얻어낸 것이기에 소중하게 생각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행복도 오래가지만, 고통도 오래간 게 사실이다. 일주일 넘게 유쾌하게 살다가, 이주일 넘게 끙끙 앓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후회한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꾸미지 않은 감정을 온전히 보여줬을 때 그들이 내게 보여주는 태도 때문이었다. 누구는 맞지 않다고 떠나갔고, 누구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또 누구는 내게 진심을 보여줬다. 그 생각이 나와 맞지 않기도 했지만, ‘진심’이었기에 너무나 소중했다.

대학을 4년째 다니고 있지만 학교에서 선배 대접을 받기가 싫다. 학번의 차이일 뿐 모두 비슷한 교육과정을 배우는데 후배들에게 굳이 대접받아야겠냐는 생각이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하는 후배들이 부담스러웠고,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눈치를 보며 예의차리는 사람들에게 손사래를 쳤다. 마음에 없는 예의를 받기 보다는 그냥 편하고 대할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나는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모든 감정을 꾸밈없이 보여주려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타임머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겪은 모든 고통 또한 지금의 나와 내 사람들을 만들어온 소중한 과정이여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리고 미래로 갔다가는 그 공백 기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니까. 의도치 않은 불행을 맞아버린 사람이 아닌 이상, 아마 시간여행을 바라는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다가, 속이다가, 표출하지 않다가 벌어져버린 비극들을 되돌리고 싶어서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싶다.

‘관계’에서 모든 감정들은 발생했다. 희노애락을 가리지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이 소중해졌을 때, 비로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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