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선유세때 장인을 영감탱이라고 불러 시끌했습니다.

“내가 우리 집사람과 연애할 때 장인어른이 ‘구름 잡는 놈이다. 엉뚱한 놈이다 라고 했다’더라. (장인을)집에 못 오게 했다. 장모만 오게 했다. 처가에 드리는 용돈도 장모님한테만 주면서 이 돈을 영감탱이(장인)와 나눠 쓰면 절대 앞으로 한푼도 안준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26년을 살았다...”

이 발언에 성토가 이어졌죠. 바른정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홍 후보의 막말 퍼레이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비하 대상도 다양하고 용어도 참으로 저급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문용식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가짜뉴스대책단장이 이와 관련해 ‘홍 후보를 지지하는 부산·경남(PK)민심’을 ‘패륜집단의 결집’으로 표현했다가 단장직에서 물러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홍 후보는 “경상도에서는 장인어른을 친근하게 표시하는 속어로 영감쟁이, 영감탱이라고 하기도 한다”고 해명했지만 “어르신을 영감탱이라는 부르는 사람은 호로자식이다” 등등 비난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설치된 ‘하회양반탈 조형물’. 영감은 조선시대 고관을 부른 호칭이었다. ©안동시청

“영감(令監)은 조선시대 고관(高官)을 부른 호칭. 본래는 정2품 이상의 판서(判書)나 의정(議政) 등 당상관(堂上官)을 대감(大監)이라 부르고, 종2품 정3품의 당상관을 영감이라 불렀으나 사용하기 시작한 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일제강점기부터는 판사 검사 등 법관과 군수 등을 영감이라 부르는 것이 보편화됐다. 광복 후에도 이어져 법관은 물론 정부의 고관, 기관의 장들을 예사로 영감이라 불렀다”(네이버 지식백과/영감 두산백과)

홍준표 대표 역시 검사출신이니 젊은 검사시절 영감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영감탱이(영감을 얕잡아 이르는 말)나 영감태기(나이든 남편이나 나이가 많은 남자를 얕잡아 이르는 말)나 사전적 풀이는 같습니다. 그러나 시원한 말뿌리 분석은 눈에 잘 안보입니다.

안동에는 영감이 살던 ‘영감댁’과 ‘종택’들이 있습니다. 다 고택(古宅)들이죠.

영감댁의 댁(宅)이나 종택의 택(宅)이 뜻과 한자어가 같다는 데 주목해 봅니다.

영감댁이 ‘영감택’으로 불리면서 영감택이>영감태기>영감태이>영감탱이, 영감쟁이로 진화한 게 아닌가 추정해봅니다. 태기가 탱이, 쟁이의 풍자적 어미를 달면서 얕잡아보는 의미가 녺아든 게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말이란 게 부르기 쉽고 풍자적 의미가 있으면 빠르게 전파되죠.

영감은 고위 관직자뿐아니라 사회명사(名士), 나이 많은 노인의 존칭으로도 불리다 여성이 다른 여성의 남편을 부르는 존칭, 여성이 자기 남편을 존대하여 부르는 말로 범위가 넓어집니다.

지금도 ‘댁’이란 인칭대명사가 흔적으로 남아있죠. ‘댁은 뉘시요?’ ‘댁이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소?’할 때처럼 상대방을 직접 부르지 않고 높여 완곡하게 부를 때 사용하죠.

결혼한 여성을 지칭할 때도 ‘댁’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경주에서 시집온 여인은 ‘경주댁’, 여주에서 시집온 여인은 ‘여주댁’으로 불렀죠. 남의 부인을 부를 때도 댁내(宅內)라 했습니다.

‘영감댁’처럼 ‘최부자’가 택(宅)과 합쳐지면 ‘최부자댁’이 됩니다. 이 때는 여성보다 남성(영감/최부자)중심의 지칭어가 됩니다. 따라서 영감댁(택)에 ‘태기’ ‘탱이’ 등 강한 어감이 가미되면서 꼬장꼬장한 영감의 이미지와 비하적인 의미까지 담긴 게 아닌가 합니다. 특히 영감탱이에서 ‘영감질’을 강조하는 영감쟁이로 한번 더 진화된 걸로 보이죠.

영감탱이의 댓말은 할망구쯤 됩니다. 할망구 댓말로는 영감탱이 외에도 할아범이 있죠. 그러나 실 생활에선 할머니들이 영감탱이를, 할아버지들은 할망구를 얕잡아보는 표현으로 잘 씁니다. 영감탱이나 할망구나 존칭의 의미는 거의 없어진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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