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정주의 좌충우돌]

[오피니언타임스=맹정주/ 블로그]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보험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앞으로 5년 내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3800여개의 비급여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것이 주 내용인데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용률은 63%에서 70%로 높아진다. 고가(高價)의 비급여 진료비를 부담하는 환자 입장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 ‘포퓰리즘’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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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맞는지 좀 더 따져보자. 크게 보면 ‘문 케어’는 의료보험 적용률을 높이고,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를 줄이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춘 나머지 재원조달과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가 미흡한 것 같다.

먼저 실제비용 대비 60%대인 보험진료비를 현실화하는 것을 함께 반영했어야 했다. 이제까지 의사들은 실제 진료비보다 낮은 보험진료비 수입을 비급여 항목의 진료수입으로 보전해왔다고 한다.

복지부 실무자는 “비급여를 전환할 때 ‘되도록이면’ 현재가를 반영할 예정이다”라고 했다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실제 진료비를 보험수가로 하면 환자부담이 늘어나고, 보험재정의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비급여 진료가 없어지게 되면 원가 이하의 보험수가로 병원은 수입이 줄어들어 적자가 발생하게 되고 의사들은 과잉진료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의료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데 드는 비용을 제대로 추정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2022년까지 약 30.6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13~14조원은 현재의 건강보험 적립금으로, 나머지 16조원 가량은 보험료 인상과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 3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현 추세로 가도 건강보험이 2018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23년에는 20조원의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부처 가운데 누구 전망이 맞을까?

기재부 전망이 조금 보수적일 수도 있다. 허나 복지부의 전망은 상당히 비현실적인 것 같다. 그리고 만일 기재부의 전망이 맞다면 이번 재원대책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복지부는 매년 보험료를 3%이내 올릴 방침이라고 한다.(2013년 이후 인상률은 1%대, 2017년에는 동결) 간단한 셈법으로 계산해보자.

기재부는 지난 3월 건보지출액이 2016년 52.6조 원에서 2025년 111.6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9년간 연평균 8.7%씩 늘어나는 셈이다.

다른 추계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30년에 건보지출액이 246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전망보다 증가율이 훨씬 높다.

의료비가 이처럼 급격히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노령화다. 우리나라의 노령화 속도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빨라 향후 노인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보험료를 연평균 8.7%씩 올리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설사 2022년까지는 복지부 계획대로 된다고 치자, 그럼 5년 후 다음 정권에는? 그리고 이어지는 정권에서는 가능할까? 국가가 존속되는 한 건강보험제도는 지속되어야 하는데, 5년은 그럭저럭 버틴다(?)해도 그 다음에는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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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대책으로 국민의료비는 증가할 것이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늘어나는 의료비는 국민이 부담하게 되어있다.

우선 보험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비급여 진료를 급여 진료에 포함시킬 때 실제 비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 다음, 매년 보험료가 급여 지출액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인상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험료를 8%나 그 이상으로 올릴 수 있을까?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다른 복지예산을 줄이거나, R&D 또는 SOC 투자를 삭감하고, 공무원 수를 조정해 경상비 지출을 줄여야하는 데 과연 가능할까?

위 두 가지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의료기관들은 진료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어 적자가 불가피하게 된다. 문을 닫는 병·의원이 속출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 수입으로 의료기관의 청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지급불능에 빠지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붕괴할지 모른다.

이 같은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는 현재의 실손보험(약 3300만명 정도 가입) 등과 같은 사보험을 장려하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기능 변경, 가입자격 완화, 노인들에게 문호개방 등 완전히 탈바꿈하여 전혀 새로운 사보험이 되어야 한다. 사보험이 국민건강보험과 역할분담토록 하여 국민건강보험의 적자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 건강보험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건강정책심의회를 개편하거나, 또는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위원회에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독립성을 부여할 것을 강력 제안한다.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게, 위원의 임기도 길게(금통위원 임기 7년)하고, 은퇴를 앞둔, 따라서 장래 자리 욕심이 없는 분들로 구성토록 한다. 위원회는 학계, 의료계, 약계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한다.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하도록 보험정책, 보험수가, 보험이 적용되는 의료행위, 사보험과의 역할 분담 등을 포함한 중요사항을 최종 결정토록 하자는 것이다.

나는 공직에 있던 지난 1980년대 수년간 우리나라 지역의료보험의 전국 확대를 위해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최종적인 전국확대 방안을 입안한 것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건강보험제도가 계속해서 세계에서 칭찬받는 제도로 발전해가기를 기원한다.

 맹정주

  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전 국무총리실 경제행정조정관 

  전 강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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