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현의 웃는한국] 교육혁명⑤

교육혁명① <‘세계에서 젤 자유로운 교육’으로 가자>
교육혁명② <암기를 죽여야 나라가 산다>
교육혁명③ <학생들을 해방시키자>
교육혁명④ <‘장 그래’를 키운다>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시험 추방’은 교육혁명의 핵심이다. 암기공부를 퇴치하고 한국을 세계의 잠재력 챔피언으로 만들 비장의 카드다. 시험을 추방하여 공부에 주눅들은 학생들을 해방시켜서 패기있는 신바람 젊은이로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로마제국, 몽골제국, 대영제국 등을 떨치게 했던 그런 젊은이들을 키우는 것이다. 시험 추방은 어떤 선진국도 완벽하게 시행하지 못한 벤처다. 리스크는 있다. 반면에 보상도 클 것이다. 패러다임만 바꾸면 못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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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을 왜 보나?

“시험을 없앤다” 하면 사람들은 펄쩍 뛴다. (필기)시험을 당연하게 보기 때문이다. 지식이 중요했던 시대에 시험은 당연했다. 그러나 지식을 얼마든지 컴퓨터에서 꺼낼 수 있는 오늘에 지식에 관한 시험은 개그(gag)다. 이제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다. 역량이다. 창의성과 인성이다. 그렇다면 지식을 묻는 시험은 뭔가? 이제 시험에 대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할 때가 아닌가? ‘필기시험’에 대한 대안을 찾을 때가 아닌가? (필자는 로스쿨에서 가르치면서 필기시험을 일체 보지 않았다.)

‘시험’은 암기공부와 함께 우리 교육을 망친 주범(主犯)이다. 암기식, 단답식 시험과 ‘정답’은 우리를 단세포적 돌대가리로 만들었다. 학생들의 기를 죽여 좀비로 만들었다. ‘줄서기’ 식 시험은 학생들을 비인간적 쌈닭으로 만들었다. 자기가 다니는 학원을 친구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 않는가? 그러면 시험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 종은 울리나?

시험이 경쟁을 통해 실력을 늘린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시험이 초래하는 ‘경쟁’은 암기공부라는 미련한 경쟁이다. 외우고 잊고 외우고 잊는 경쟁이다. 우릴 돌대가리로 만드는 ‘생각하지 않는’ 공부를 초래하는 경쟁이다. 이런 경쟁을 왜 하나?

어른들은 “시험이라도 봐야 애들이 공부를 하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험 때문에 하는 공부는 죽지 못해 하는 공부다. 이건 전형적인 헛공부다. 라이트(Wright) 형제가 시험 보려고 비행기를 발견했나? 무학(無學)의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씨가 시험을 위해 사업 아이디어를 냈던가? 발명왕 에디슨이 시험을 위해 발명을 했던가?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일할 때 가장 강하다. 이것이 시험의 폐지가 의도하는 것이다.

대학입시 등에서 합격/불합격을 가르기 위해서는 석차(席次)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대입 전형을 꼭 ‘필기시험’에 의해야 하는가? 암기공부, 과외공부 등의 부작용이 없는 대안은 없는가? 예컨대 ‘인성(人性) 다면평가’ 등은 안 되는가? 이에 의해 인성 좋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암기공부만 잘 하고 인성에 문제가 있는 얌체, 잔머리 인간을 도태시키면 안 되는가?

대학입시는 수학능력(修學能力)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국어, 영어, 수학이 과연 수학능력인가? 경험도 없고 독서도 안한 채 국영수의 암기만 잘한 학생들이 수학능력이 있는가? 오히려 진정한 수학능력 평가를 위해서는 독서, 지능(IQ), 인성 등이 중요한 것 아닌가?

시험을 아예 없애 주옵시고...

인터넷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식을 왜 가르치고 외우는가? “시험에서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시험’을 없애면 된다. 누구나 인터넷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지식’ 차이는 없거나 근소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 인성, 창의력, 직관, 상상력 등이다. 이런 걸 잘해야 일류 학생이다. 그러나 이런 정작 중요한 것들은 시험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험 뭐 하러 보는가? 물론 아직도 많은 나라들이 필기시험을 본다. 구시대의 타성이기 때문이다. 이게 웬 기회냐? 우리가 시험에서 먼저 탈출하면 우린 두뇌생산의 시대를 앞서간다.

결국 시험은 학교와 교육당국이 학생들을 ‘고문’하여 말 잘 듣게 ‘통제’하는 수단이 아닌가? 암기식 시험이 있어서 암기교육이 생기고, 스펙이 생기고, 학생들이 좀비가 된다. 따라서 암기식 시험이라는 연결고리를 끊으면 교육독재는 무너진다. 필자는 <주기도문>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를 “시험을 아예 없애 주옵시고”로 바꿔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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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험을 어떻게 추방할까?

필기시험은 원칙적으로 다 폐지하자. 특히 암기지식을 묻거나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필기시험은 일체 폐지하자. 중간·기말고사 등도 없애자. 석차도, 낙제도 없다. 학생들의 자기 실력 진단을 위해 1년에 몇 차례 모의시험을 실시할 수는 있지만 시험 결과는 학생 본인과 학부모에게만 통보되도록 한다(이는 덴마크의 시험제도와 유사하다).

필기시험에 의하지 않는 역량별 평가는 허용한다. 발표/토론에 관한 평가, 실험/실습에 관한 평가, 독서와 창작에 관한 평가, 예술성에 관한 평가 등이다. 이 중 발표/토론에 관한 평가만 상대평가로 한다. 다만 대학에서 수학능력이 없는 학생을 가려내기 위한 ‘통과 여부(pass or fail)’의 판정은 허용된다. 암기나 과외 등을 해도 점수를 높이기 어려운 ‘무해(無害)한’ 시험은 허용된다. 예컨대 <인성에 관한 다면평가>, 수학(受學)능력을 보기 위한 지능검사(知能檢査) 등은 무방하다.

학과시험 폐지로 인한 학력의 저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암기지식은 금방 잊어먹거나 ‘똥 지식’으로 되므로, ‘학력’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험 폐지(와 후술하는 대학입시 폐지)는 학벌, 성적, 스펙에 대한 집착을 추방할 것이다. 그래서 두뇌, 역량, 인간성에 입각한 취업이 이루어지면 이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창의, 인성 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취업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반기문 전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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