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현의 웃는한국]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중국은 왜 저렇게 분노할까? 사드는 방어용이라는데... 몰라서 그럴까? 순수 방어용이 아닐까? 중국이 사드의 레이더 사정거리에 들기 때문일까? 사드가 없으면 미국이 중국 군사기지를 정탐할 수 없나? 나 같은 초심자에게는 미스터리다. 중국이 분노하는 이유로는 대충 두 가지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픽사베이

첫째는 중국의 국내정치다. 독재정치를 유지하려면 국내의 ‘긴장’이 필수다. 대외관계의 갈등은 긴장의 좋은 재료다. 김정은은 물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죠지 부시 등은 이것을 잘 이용했다. 중국 당국이 티벳 등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심심하면 대만을 건드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들 중국의 단골 스파링 파트너들이 소강상태에 있다. 마침 차기 권력 구도를 결정하는 10월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희생양(punch bag)으로 떠오른 것이 한국이 아닐까?

둘째는 우리의 외교적 미숙이다. 우리가 '곰바우 외교'를 해서 희생양을 자초했다. 우린 중국의 콤플렉스를 건드렸다. 중국은 화려한 문화, 압도적인 인구를 가지고도 역사의 절반을 북방민족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이민족을 우습게 보는 한편 이민족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그런데 이 금기(禁忌)를 건드렸다. 우리가 경제개발 조금 했다고 중국을 무시해온 것도 미숙했다. 사드 배치를 결정할 때, 정상 차원에서 긴밀히 연락하여 중국이 소외되지 않게 했어야 했다. 그런데 역으로 우린 ‘잔머리 외교’를 했다. 특히 2016년 6월 황교안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사드에 관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하고서 10일 후에 배치 결정을 한 것은 중국의 ‘뒤통수를 친 것’이었다. 중국이 감정적으로 돌아선 것은 당연했다.

2016년 G20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사드 배치를 '자위권적 조치'라고 하면서 한반도의 사드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논쟁’을 하려 한 것이다. ‘잘난 척’ 한 것이다. ‘가르치려는 것’은 최악의 외교다. 특히 선수끼리 그러면 모욕이다. 누군가 나도 뻔히 아는 얘기를 하면서 ‘가르치려’ 하면 짜증나지 않는가? 이는 또 다른 외교적 미숙이다. 시진핑은 금방 박 전 대통령의 내공(內攻)을 파악했을 것이다. 다시 보기 싫었을 것이다.

2016년에는 통보없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항의를 받았는지 2017년 9월 사드 임시배치 결정 전에는 중국에 사전 통보했다고 주장한다. 하루 전에? 이틀 전에? ‘알고 죽으라는 것’인가? 이것도 중국인에게는 ‘모욕’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하수(下手)다. 매를 부르는 짓이다.

우리 정상외교의 컨셉은 너무 공식적이다. 이런 정상외교로는 친구를 만들기도 어렵고, 위기 시에 ‘창의적인 윈윈 대안’을 도출하기도 어렵다. 의전(儀典)에 구애받는 공식회담에서 ‘입장(立場)’을 앵무새처럼 얘기해서 뭐가 남겠는가? 그럴거면 외무장관들끼리 하라고 하는 것이 낫다. 철저하게 비공식 모임으로 하여 술도 한잔 하면서, 시도 한 수 읊으면서... 그래서 단번에 친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옛날 카터 미국 대통령이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불러 역사적인 시나이 반도 협상을 타결한 것 못 보았는가?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막힌 기회를 놓쳤다. 시진핑 주석은 야심 사업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and One Road)’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그런데 큰 나라들은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한 나라도 안 왔다. 절호의 기회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당선자 자격으로 참석했다면 시진핑은 감동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적절한 기회에 비공식 회동을 제의, 사드 문제에 관한 고민을 얘기하고 비공식 조언을 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개를 맞대고 ‘윈윈 해결책(解決策)’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더라도 시진핑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서 소통의 통로가 열려 지금과 같은 파행으로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 해외건설 수주의 기회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회는 있다. 중국과의 차기 정상회담은 공식회담보다는 북경 교외(郊外) 등에서 비공식 회담으로 개최하면 된다. 그래서 “우린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와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다”는 ‘공허한 입장 교환’ 대신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한 모든 방안(option)을 테이블에 내놓고 상생의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예를 들자. 레이더는 중국 측의 명분이다. 그러나 우리 측은 장거리 레이더로 얻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의 사정거리를 북한만 커버하도록 줄이면 안 되는가? ‘우방’ 미국에 우리 측의 어려움을 얘기하면 괘씸죄에 걸리는가?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반기문 전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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