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청춘사유]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어느 순간부터 물건의 값어치를 매기듯 사람을 평가하는 버릇이 생겼다. 저 사람은 월급 대비 어떤 성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머릿속에서 VR(Virtual Reality) 시뮬레이션이 구현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직원을 바라볼 때면 괜스레 불만도 쌓인다. 그러다 급기야 미워하게 되고, 어느덧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린다. 교육공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면서 HR(Human Resource)의 정의는 더 이상 인적자원이 아닌 인간관계(Human Relationship)라고 부르짖었지만, 지금은 자원의 등급마저 매기는 꼴이라니.

©픽사베이

올해 하반기가 되면서 누군가를 평가하는 입장이 아닌 내가 평가받는 입장이 되었다. ‘나는 이제 피억압자가 되었노라’며 스스로를 혹독하게 채찍질했다. 돈 값하는 인간이 되고 싶었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위에서는 이미 판단을 끝마쳤으리라 생각했다. 어느 날 평가자는 한권의 책을 내밀었다. 리더의 조건(켄블랜차드, 2010)이라는 얇은 책이다.

내용은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리더의 조건을 쉽게 풀어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됐다. “평가만 하지 말고 A를 받도록 도와주세요.” 이는 평가에 앞서 신뢰하는 마음으로 직원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직원을 올바른 자리에 앉게 했는지, 주요 성과 지표가 바르게 설정되어 있는지, A받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등 리더가 먼저 준비되어야함을 뜻했다.

내 자신을 돌아보니 부끄러웠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 없이 무지막지하게 칼을 겨누었던 모습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종종 나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없는 돈에 사람을 채용했는데, 이 사람이 조금만 기대에 못 미쳐도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찾게 된다. 이 얼마나 비생산적인 행위인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는 거창한 말은 하지 않더라도, 리더라면 먼저 직원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업 아이템 점검에 열을 올리는 만큼, 어떤 철학을 가지고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지 반성적 성찰을 하는 스타트업 대표만이 창업생태계에서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평가만 하지 말고 A를 받도록 도와주세요”
나부터 실천해야할 값진 문장이다. 당신은 리더의 조건을 갖췄는가.

 심규진

 한양대학교 교육공학 박사과정

 청년창업가 /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컨설턴트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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