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어원설설]

[오피니언타임스=동이] 지하철을 타면 고령사회란 걸 직감합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죠.

그런 탓에 경로석 앞에도 서 계신 어르신들이 적지 않습니다. 간혹 연세가 비슷해보이는데도 자리에 앉아있던 어르신이 벌떡 일어나 앞에 서있는 어르신에게 자리양보하는 경우가 눈에 띕니다.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어르신이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젊은 사람 눈에야 ‘연세가 거기서 거기같이’ 보일지 모르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딱 보면 “아! 나보다 나이 많으시다!” 느낌 확 옴에 틀림없습니다.

어쨌거나 훈훈한 모습이죠. 그렇지 않아도 ‘젊은이들 인성이 메말랐다’ ‘어른 못알아본다’ 등등 말 많은 시절인데 어르신들끼리라도 예를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른 공경과 효가 우리사회 명제지만 현실은 정반대죠. 지적이라도 하면 꼰대소리 듣기 십상이고, 젊은이들 눈치살펴야 하는 세상이니까요. 물론 비논리와 불합리로 무장한 성마른 노인들도 있습니다. 세대간 이해와 양보의 미덕이 필요한 이유죠.

‘어쩌다 어른’이 되기도 하지만 누구나 ‘반드시 어른’이 됩니다.

어르신은 어른의 존칭어.  ‘얼다’란 동사에서 왔다는 게 통설입니다. ‘얼은’의 존칭어인 ‘얼으신’이란 관형어가 ‘어르신’이란 명사로 굳어진 것으로  ‘어르신 네’의 줄임말이라 볼 수 있죠.

그렇다면 ‘어르다’ ‘얼다’는 무슨 뜻일까?
신라 진평왕때 백제무왕이 지었다는 향가 ‘서동요’가 있습니다. 서동이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를 꾀어내어 아내로 삼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에 얽힌 노래죠.

“서동요에 나오는 ‘얼어두고’란 표현이 ‘교혼하여 두고’란 뜻이다. ‘얼다’라는 말은 오늘날까지 얼싸안다, 어울다(섞다), 어울리다라는 말로 파생되어 왔다”(우리말어원연구/최창렬)

‘얼다’는 남녀의 ‘교혼’과 관련된 행위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시쳇말로 ‘남녀가 사랑하는 행위’죠.

‘얼다’는 ‘얼싸다’ ‘얼싸안다’ ‘어울다’ ‘어울리다’로 발전합니다. 이로 미뤄 ‘얼씨구 절씨구’란 후렴구나 각설이타령의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어쩔씨구 옹해야~’ ‘얼싸~ 좋네~풍년이요’ 할 때의 ‘얼’ 역시 계열어로 보입니다.

‘얼’이 교혼, 교미의 뜻이란 점에서 각설이타령 등에 보이는 ‘얼씨구’ 등의 후렴구가 ‘얼다’에 풍자적 의미를 담아 진화한 게 아닌가. 한편으론 ‘어우르다’ ‘어울리다’ ‘아우르다’로 확장되고... 서로 감싸안고, 좋아하는 사람끼리 어울리는 것. 나아가 좋은 의미, 재미있다는 뜻까지 아우른 게 아닌가 합니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심상정-안철수-홍준표 구도로 치러질 것이다. 나로서는 바라는 구도다. 좌파 두사람, 얼치기 좌파 한사람, 우파 한사람이 경쟁하는 장미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선후보때 언급한 내용입니다. ‘좌파 두사람’은 문재인 심상정 후보를, ‘얼치기 좌파’는 안철수 후보를 지칭했던 겁니다.

얼치기 좌파는 이도 저도 아닌 좌파란 뜻이죠.

‘얼치기’에 대한 석연한 말뿌리 분석은 없습니다. 동이는 가능성의 하나로 식물이 자라면서 가지치기를 하는 분얼과 연관된 게 아닌가 추정해봅니다.

벼과 식물은 종족보존을 위해 커가면서 가지치기를 합니다. 모가 자라면서 곁가지들이 많이 나오는 분얼기라는 게 있습니다. 분얼이 잘 이뤄져야 벼이삭이 많이 달리죠. 즉 얼치기란 본류가 아닌 아류, 곁가지,새끼가지를 뜻하는 것으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얼이라는 말이 남녀의 교혼을 뜻하나 나아가 후세를 만드는 일, 벼과식물의 새끼치기인 분얼과도 공교롭게 의미가 통함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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